美보잉 스톤사이버 사장, 女임원과 부적절한 관계로 해임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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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의 화신을 자처해 온 스타 경영인이 여성 임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의 대표적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미모의 여성 임원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 온 해리 스톤사이퍼(68·사진) 사장 겸 CEO를 해임했다고 7일 발표했다.

스톤사이퍼 사장은 보잉사의 윤리강령을 제정하는 등 미국 전역을 돌며 각종 강연회를 통해 윤리경영의 전도사역을 자임했던 인물로 이번 그의 사임은 기업윤리와 사생활의 경계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자신이 만든 윤리강령에 자승자박=스톤사이퍼 사장과 여성 임원의 관계는 2월 말 루 플래트 보잉 회장에게 전달된 익명의 제보에 의해 드러났다. 플래트 회장은 즉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제보 내용이 사실로 판명되자 “사내 윤리강령에 따르면 CEO는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품위를 갖춰야 한다”고 말해 스톤사이퍼 사장의 퇴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사 윤리강령은 “직원은 회사를 난처하게 할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윤리강령을 만든 사람이 바로 스톤사이퍼 사장 자신이라는 점. 그는 군납 비리 및 사원채용 부정의혹 등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필 콘디트 전 사장의 후임으로 2003년 12월 사장으로 선임됐다. 금전 문제에서 깨끗하다는 점이 선임의 주요 배경이었다.

그는 실추된 회사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직원 윤리강령을 만들어 전 직원이 매년 서명하도록 했다. 또 사소한 규정 위반도 엄격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기업윤리와 사생활의 경계는?=이번 사건은 경영진에 직무수행뿐 아니라 사생활에서의 도덕성도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전했다.

스톤사이퍼 사장의 경우 취임 이후 주가를 54%나 올려놓는 등 상당한 경영성과를 기록했지만 결국 비도덕적 사생활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10년 전부터 강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과거엔 CEO가 사생활까지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직업윤리와 개인윤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러한 현상은 건국 이래 미국인들의 정신을 지배해 온 프로테스탄티즘의 부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특히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이 포진해 있는 미국 행정부와의 계약에 기업 운명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보잉은 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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