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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2월 10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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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은 피로 해소뿐만 아니라 대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찜질방에 가 보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는 가족과 친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은 찜질방에서 회식 뒤풀이를 하는 회사원들도 자주 눈에 띈다.
찜질방 예찬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한국의 독특한 ‘방’ 문화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다. 1년 6개월 전 한국에 온 나는 지금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 혼자 한국말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간판 읽기. 길거리에는 ‘○○방’이라고 쓰인 간판들이 유난히 많다. 찜질방은 물론이요 노래방, 비디오방, 컴퓨터방, 휴게방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의 ‘방’ 문화는 주로 밀폐된 공간에서 혼자, 또는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서 여가를 즐기는 것이다. 한국에서 ‘방’ 문화가 발달한 것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 환경에서 벗어나 ‘나’ 또는 ‘우리’만의 아늑한 공간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은 사람, 자동차, 빌딩으로 넘쳐 나는 거대한 도시다. 얼마 전 백화점 앞을 걸어가다가 내가 마치 한 무리의 개미 떼에 속해 있는 한 마리의 개미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없이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대화 소리, 휴대전화 소리, 음악 소리 등으로 인해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독일의 도시들은 기껏해야 몇십만, 수도 베를린이라고 해도 350만 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으니 어찌 인구 1000만 명의 서울에 비할 수 있으랴.
반면 서울은 휴식을 위한 녹지 공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세계적인 대도시가 되려면 높고 번듯한 빌딩뿐만 아니라 시민을 위한 휴식 공간도 잘 갖춰져야 할 것이다. 서울에는 각종 공원이 많기는 하지만 관리가 부실하거나 출입이 제한돼 있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자연을 가까이서 접할 수 없다 보니 한국인들은 각종 ‘방’에서 휴식을 찾는다. 그러나 한국의 ‘방’ 문화는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밀폐된 공간의 공기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친교의 장소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만 서울을 벗어나서 자연을 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교외로 나갈 만한 여유가 없다면 건전한 취미 생활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여가 활용 방법이 될 것이다.
가끔 나는 독일의 나무와 잔디 냄새, 아침에 아름답게 들리던 새들의 노랫소리가 그리워진다. 그럴 때면 나는 자연의 소리가 담긴 음악을 들으며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비록 인공적이기는 하지만 자연의 소리를 듣는 순간만큼은 푸른 초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1977년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 프랑스 덴마크 멕시코 등지에서 살며 근무했다. 2003년 여름 한국에 와 다국적 공구제조업체 보쉬에서 대표이사 비서로 일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외스트라히 보쉬 한국지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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