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무드는 무바라크 ‘작품’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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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77·사진)이 중동의 평화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최근 이스라엘-시리아의 평화회담 중재에도 적극 나섰다.

8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이-팔 정상회담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외교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2003년 여름에도 이-팔 정상회담을 주선하면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간첩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스라엘인 아잠 아잠을 석방해 먼저 대(對)이스라엘 관계를 복원시켰다. 이후 국가정보부장을 이스라엘에 보내 샤론 총리의 마음을 산 뒤 이번에 정상회담 초청 수락을 받아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달 9일 수반 선거 때 ‘이스라엘과의 대화’를 공약했을 정도로 대화에 적극적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다음 목표는 이스라엘-시리아의 평화회담 중재.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샤론 총리가 거부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5일 “무바라크 대통령이 6일 외무장관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보내 이스라엘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시리아 압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2000년 평화회담을 통해 골란고원 반환 문제에 거의 합의했지만 갈릴리 호수 일부 유역의 관할권을 놓고 마지막 차이점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활발한 외교 행보는 자신의 입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10월 치러질 이집트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암살 후 24년째 집권하고 있는 그는 5차 연임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임 반대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어 국내 여론은 좋지 않은 편.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에서 민주선거가 치러진 뒤 이집트에 가해지는 민주개혁 압력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진보야당 알 가드의 아이만 누르 대표를 구금해 미국으로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국정연설에서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지목해 민주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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