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최고재판소 결정 遺憾이다

  • 입력 2005년 1월 2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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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직 공무원 승진에서 재일교포를 차별하는 도쿄(東京)도의 조치가 합헌이라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의 결정은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간 법정투쟁을 벌여 온 정향균 씨의 눈물은 60만 재일교포의 아픔이다.

오늘날 재일교포의 특수한 처지는 다른 외국인과는 다르다. 이들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일본에서 교육받은 2, 3세다. 언어 지식 경험에서 공무원이 되기에 결격사유가 없다. 더욱이 일제가 강요한 징병, 징용, 식민지 수탈, 동화(同化)정책이 만든 피해자들의 후손이라는 점에서도 일본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재일교포가 주도하는 국적차별 폐지운동의 영향으로 후쿠오카, 나고야, 교토, 삿포로 등에서는 공무원 채용 때 국적제한을 철폐했다. 소송을 낸 정 씨가 응시하려고 했던 보건계통의 관리직은 통치의 핵심에 해당하는 직종도 아니다. 12명 재판관 중 2명의 재판관이 소수 의견으로 외국인 차별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것은 일본 최고법원에 일말의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일본이 말 그대로 선진국이라면 외국인 차별을 먼저 없애 세계적 흐름을 선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 고등법원이 모든 직종의 관리직 임용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는데도 최고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은 국제사회의 조류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일본의 권위지인 ‘아사히신문’이 오죽하면 ‘시대를 모르는 재판소’라는 사설로 최고재판소 결정을 비판했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사법부는 차별을 없애고 소수자의 권리를 지켜 주는 보루로서 기능해야 한다. 국적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한 일본 최고재판소의 결정은 유감(遺憾)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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