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시이나 특사 면담록 전문

  • 입력 2005년 1월 20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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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요록

1. 일시:1974년 9월 19일 목요일 15시-16시45분

2. 장소:청와대 각하서재

3. 면담자:대통령각하, 김동조 외무부장관, 김정렬 대통령 비서실장, 시이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郞) 특사, 우시로꾸 도라오(後官虎郞) 주한일본대사, 아리다 개이스께(有田圭輔) 일본 외무성 심의관

4. 내용

각하 :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에 외무대신으로서 국교정상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했던 시이나 특사가 금번 한일양국간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해 준 데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금번 문제를 둘러싸고 한일간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달려 파국직전에까지 이르렀으나 한일양측이 성의와 인내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된 것을 매우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특히 이번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기 있는 우시로꾸 대사가 헌신적인 노력을 한 데 대해서도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시이나 : 금번 오랜만에 귀국을 방문해 귀국이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을 보고 본인 자신의 일처럼 기쁘게 생각합니다. 말씀 올리는 것이 늦었습니다만 대통령 각하께서는 뜻밖의 재난을 당하시고 영부인께서 서거하신 데 대하여 대통령 각하는 물론 한국 국민 여러분께서 참으로 비통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로서는 무슨 말씀으로 조의의 뜻을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쪼록 각하께서는 이와 같은 비통 속에서도 가일층 국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귀국을 영토해 나가실 것을 진심으로 바라며 일본에 있는 저희들 모두 또한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

금번 문제에 관해서는 다나까 가꾸에이(田中角榮) 총리대신이 현재 남미를 여행하고 있습니다만 문제의 귀추에 대해서 비상한 걱정을 하고 있으며 이번에 다나까 총리의 요청에 의해 제가 친서를 가지고 각하께 올리고자 방한하였습니다. (각하께서 별첨 1의 친서 봉점하였으며 이를 일독했음)

친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간 외교 루트를 통해 많은 절충이 있었으며 일본측으로서는 한국측 요망에 따라 친서를 수정하는 문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그와 같이 되지 못하고 본인이 그간 양국 사무당국에 있었던 절충의 경위에 비춰 친서에 부연해서 설명드릴 사항을 문서로 작성해 가지고 왔기 때문에 그것을 이 자리에서 각하께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친서에 부연설명, 별첨 2 낭독)

이상 말씀드린 이외에 이번 기회에 한일 양국간의 관계에 대한 본인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일양국간의 국교가 정상화되었을 때 마침 본인은 외무대신으로서 이에 관해 각하의 귀국정부에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그후 약 9년이 경과하였습니다만 10년도 안된 기간에 우리 양국간에 이와 같은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며 본인은 당시에 한일 양국이 양양한 전도를 기약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에 세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요행히도 일본 경제는 '붐'의 물결을 타고 번영 일로를 달렸고 한편 미국은 월남전비에 많은 경제적 희생을 치른 결과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사태가 되었습니다. 어쨌든 일본은 '붐'의 물결을 놓치지 않고 지내왔는데 뜻밖에도 닉슨, 키신저의 대중공 접근 정책이 돌연 들이닥쳐 일본정부로서는 크게 당황하고 또 그동안 일본 번영의 지주가 되어온 미일 안보조약체제가 흔들리는 동시에 당시에 일본 언론계에서는 미일안보조약이 더 이상 필요 없지 않는가 하는 유력한 의견까지 대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구라파의 일각으로부터 불어온 '데땅뜨' 즉 국제긴장완화의 물결은 일본에 들이닥쳐 미 중공관계 개선 이후에는 더욱이 미일 안보체제가 필요 없다는 공기가 충만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중 국교회복은 세계대세라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일본과 대만의 관계가 한편의 각료담화로써 방기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일본의 자민당 내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동요와 혼란이 있었습니다.

일중국교 수립은 세계의 대세에 따른 것이 하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대만을 저버리는 것은 국제적 신의 및 예의에 비추어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큰 목표인 일중관계수입에 지장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대다수가 참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와 같은 와중에서 한일간의 문제가 그 본질은 여하간에 국민의 여론에 점차 퇴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생각되어 의식하지 못한 채 대세에 밀려가는 기분이었다는 것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방심상태가 금번 문제의 배경이 되고 또 저변에서 작용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실은 본인이 외무대신 재임중에 조선대학 문제가 대두되었고 조선대학이 각종 학교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바 특별 입법을 통해서 이를 구제하고자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조선대학측의 주장은 재일조선인이 특별한 지위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민족의 과거를 더듬어 민족의 역사와 연혁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일본측도 조선대학에서 혁명교육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것이 표면에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히 건드려서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성사치 못하였는바 아마 이런 일은 일본 외에는 예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으로서는 마음에 걸리는 상태에서 외무대신 직을 떠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후에도 조선대학 문제에 관해서는 야당이 전혀 떠들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야당이 떠드는 것을 막기에 급급한 자민당으로서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본인은 차제에 다시금 이와 같은 경위를 상기하면서 우리가 이 문제를 기본적 관점에서 생각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검찰당국도 언론이 떠들지 않으면 문제삼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은 자민당 내에서 본인과 친한 인사 몇 사람이 이 문제를 제기해 기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던 바 그들도 모두 본인의 생각에 동감이었으며 결심해서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회당과 대결할 수 있는 무장을 갖추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각하 : 지금 시이나 특사가 말한대로 시이나 특사는 한일 국교정상화가 우리 두 나라의 장래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는 확신하에서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으며 10년이 지난 오늘날 당시를 회상하는 시이나 특사의 말을 들으니 감개가 깊다. 금번의 8.15사건에 관해 한일 양국 정부 당국자들이 이 일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그간 절충을 벌여왔으며 지금 특사가 제출한 친서의 보충설명의 문안을 다듬기 위해 타결이 지연되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양측의 실무 당국으로서는 상당한 신경을 써서 친서 문구 하나하나를 신중히 절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무 당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나 본인은 친서의 자구 한 두자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표현 문제보다 근본적인 것은 상대방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양국민 사이에 맺어진 신의의 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양국민 사이의 우호관계가 어느 정도 돈독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마음과 마음으로 맺어진 신뢰가 그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8.15 사건 이후 일본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 그리고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허다하다. 나는 그동안 침묵을 지켜왔으나 이번 기회에 몇 가지 점을 분명히 밝히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과연 일본정부가 우리를 우방으로 생각하고 있느냐? 만약에 그렇다면 상중에 있는 대통령 가족이나 국민들이 슬픔과 분노에 차 있는 이 시기에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행한 발언을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즉, 일본측에서는 법적 도의적인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은 정치 외교 법을 떠나서 동양적인 예의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하여 도의적인 책임도 없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의 범인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들어와서 일본 경찰이 사용했던 권총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물론 일본정부가 시켰다거나 고의로 그렇게 했을리는 없겠지만 이 사건은 큰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것은 분명히 일본정부의 과실이고 또 과실중에서도 중과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번 절충 과정에서 도의적 책임의 표현 문제에 관해 논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알기로는 일본 외무성에서는 수재나 엘리트 관료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들이 어찌해서 이런 해석을 할 수 있겠는가? 또 어찌해 도의적 책임외에 아무 책임도 없단 말인가? 범죄의 음모가 일본 국내에서 이뤄졌고 또 일본 내에 있는 불법단체에 의해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온 것이 명백하다. 우리는 일본을 경유해서 침입하는 간첩을 그간 수백명 체포하고 그들을 조사한 결과 조총련이 이런 음모를 획책하고 있는 것을 알고서 일본정부에 대해 이를 단속해 달라는 정식 요청을 지난 5.18에 일본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8.15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어찌하여 책임이 없다고 하겠는가? 나는 국제법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러나 타국 영토내에서 제3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행위가 있을 때는 이를 단속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으로 알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은 일이 있을 때마다 국내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내가 알기에 일본 헌법에도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알고 있다. 이번 문제에 대해 야당과의 문제나 여론의 분위기 등에 비춰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명백히 말하지 못하더라도 응분의 책임이 있다는 표현을 당연히 할수 있지 않겠는가? 이 문제에 대해 그간의 절충결과 일본측도 그나름대로의 책임을 느낀다는 것을 밝히게 된 것은 응분의 책임을 느낀 것으로 생각하고 나는 다행스럽게 여기는 바이다.

또 이 문제에 관해 나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금번의 일본측 태도는 한국을 너무나 무시한 태도라고 본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일본청년이 한국내의 불법단체의 배후조종을 받아서 한국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일본에 건너가 한국 경찰이 분실한 총기로 일본 천황이나 총리 대신을 저격하다가 그 결과로 황후폐하나 총리부인을 살해했다고 한다면 일본은 한국 정부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것인가? 또 바꾸어서 예를 들면 일본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미국 청년이 미국 정부를 파괴하고 전복하려는 의도하에 일본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또 일본 관헌이 사용하던 무기로써 미국의 포드 대통령을 암살하려다가 요행히 대통령은 난을 면하고 포드 대통령 부인이 살해되었다고 한다면 일본 정부는 미국에 대해 법적, 도의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일본정부가 끝내 우리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우리는 일본을 우방으로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 범인 수사에 대한 일본측의 태도도 같다. 저격범 문세광이 자백한바에 의하면 조총련 조직원인 김호룡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자금을 댄 것이 명백하며 또 요시이 유끼오는 문의 여권 획들을 알선하고 요시이 미끼꼬는 권총을 구하러 홍캉에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김호룡에 대한 일본 경찰 당국의 수사는 매우 미온적이며 요시이 미끼꼬는 일단 구속됐다가 바로 석방됐는데 물론 일본 법원이 그렇게 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일본 법원도 넓은 의미에서는 일본 정부의 일부분이 아닌가? 이번에 한국 국민들의 감정이 폭발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조총련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다. 시이나 특사도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에 있는 조선대학은 공산당 간부를 교육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파괴하고 전복하기 위한 간첩양성소이며 아마 자유진영에 속하는 나라에 공산대학이 존재하는 곳은 일본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범죄의 근원은 조총련이고 한일간의 이간을 책통하는 것도 조총련인데 왜 조총련을 그렇게도 비호하고 두둔하는가? 나는 조총련에 치외법권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이해할 수 없다. 조총련의 이와 같은 불법행위는 일본 경찰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괴는 교육비라는 명목하에 연간 수십억원의 공작비를 조총련에 보내고 있는데 이와 같은 공작비는 스파이 양성과 일본 내에서 반한국적 여론을 조성하는 공작비로 사용되고 있으며 조총련의 20만 조직은 북괴의 지령에 의해 남한의 적화공작을 하고 있는 것을 일본 경찰당국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음으로 일본이 대남 적화 공작기지화 되고 있는 문제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만경봉호는 표면적으로는 무역선이나 실제로는 북괴의 공작원을 싣고 내왕하면서 조총련에게 지령을 주고 있는 이동하는 대남적화기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이 알기에는 그간 만경봉호에 승선한 인원이 연 13만명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일본 당국에서 나온 통계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알기에는 만경봉호에 승선할 때 여권을 가지고 타는데 어떤 자는 자기 여권을 다른 사람에게 줘 하선시키고 자기는 만경봉호로 북괴에 가서 간첩훈련을 받은 후 다시 만경봉호로 일본에 돌아와서 이번에는 자기 여권으로 내려가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며 이것은 체포된 조총련계 간첩이 자백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일본 영토가 대남 적화 공작기지로 이용되고 그것이 조총련의 성역화한다는 것은 한국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기무라 외상은 한국이 북으로부터 위협이 없다는 발언을 하였는바, 북의 위협은 직접 북쪽으로부터 받는 위협과 또 하나는 일본을 경유하여 남으로부터 받는 위협이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직접 생명의 위협을 받고 그 가족이 내 눈앞에서 피살이 되는데도 위협이 아니라고 한다면 기무라 외상이 말하는 위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기무라 외상은 최근 몇 가지 중대한 발언을 행했다. 그중 하나가 이미 언급한 북으로부터의 위협이 없다는 발언이고 또 하나는 한국 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을 일본 의회에서 행하였다는 바 일본 정부의 공식 해명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알수 없으나 이와 같은 기무라 외상의 발언은 우연히도 북괴의 주장과 일치되는 것이다. 북괴는 대한민국 정부를 불법정부라고 하면서 대한민국과 미국이 북한을 침범하기 위해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주장은 기무라 외상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데 있다.

다음으로 이 문제는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난번 장례식 때 다나까 수상이 내한하였을 때도 간곡히 이야기한 바 있었는데 이것은 조총련에 관한 문제다. 나는 시이나 선생께서 다나까 수상의 특사로 오신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특사에게 분명히 나의 견해를 말하고자 하는데 조총련이 앞으로 일본 국내에서 지금과 같은 대한 파괴 및 전복 공작을 계속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우리 정부의 견해를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 이는 우리의 직접 생존에 관한 문제요 사활에 관한 중대한 문제다. 나는 앞으로 일본 정부가 조총련을 철저히 단속해서 이번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줄 것을 재삼 요망하는 바이다. 만약에 불행하게도 이런 사건이 재발할 시에는 양국의 우호관계에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지극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20만 조직을 가진 조총련은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도 암적 존재이며 일본 공산당보다도 더 위험한 존재다. 나는 차제에 있는 일본 정부가 철저한 발본적 조취를 취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하며 속담에 있듯이 양호유환(養虎遺患)의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일시 악화일로를 치닫던 양국관계가 양국 정부의 이성과 인내에 꾸준한 노력으로써 일단 타결을 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다행한 일로 생각한다.

그간 양국 정부의 노력도 있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를 걱정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하여 진력해주신 시이나 선생과 일본의 친한적 인사들의 따뜻한 우정과 노력에 감사하며 또 금번 한일간의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적 노력을 한 우시로꾸 대사의 노력을 치하하는 바이다.

끝으로 한마디 해두고 싶은 것은 이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며 양국 정부와 국민이 서로의 특수한 입장을 이해하면서 상호 존중하고 신의를 지켜나가야만 양국간의 항구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이나 : 대통령 각하께서 각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신 것은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하며 그 중 어떤 문제에 대하여 이미 외무성에서 어떻게 말씀을 드렸는지는 모르나 지금 말씀하신 것은 깊이 명심할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제의 근본은 지적하신대로 조총련의 기본적인 성격인 바 이것은 매우 큰 문제로서 우리는 감시의 눈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한일간에 격의없는 분석과 그 결과를 교환함으로써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정치기구가 복잡하기 때문에 야당의 실태를 볼 때 국내에 일본적 조총련이 또 하나있는 감이 있습니다. 금번 대통령 각하 영부인께서 서거하신 비통한 일이 있던 바로 그 무렵에 나리다 사회당 서기장이 김일성을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본인은 지금 각하께서 말씀하신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서 그 대책을 힘차게 그리고 신중하게 세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일본의 당과 정부에서 의견을 종합해서 다시 말씀드리는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또 일본 내의 수사에 있어서도 미온적인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기무라 대신이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있어서 유일한 정부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경솔한 발언으로서 본인도 귀국하면 직접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각하 : 솔직히 말해 조총련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 국내에 정치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본인도 알고 있으나 일본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좀 무리가 있더라도 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시이나 : 먼저 말씀 드린대로 조선대학 문제에서 저의 노력이 좌절된 일이 있는데 이 문제는 계속 추진하도록 결의를 가지고 해나갈 생각입니다.

각하 : 최근의 사태를 보면 일본의 자민당 정부가 자유진영의 일환으로서 끝까지 남을 결의가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나 최후까지 자유진영의 일원으로 남을 결의가 있다면 지금 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야당이나 신문이 떠든다고 내버려두면 점점 더 기세를 올릴 것이다. 이에 대한 자민당 수뇌부 생각은 어떤가?

시이나 : 아까 말씀드린 조선대학은 각종학교가 아닌 특별제도로 바꾸기 위해 법제상의 문제로 제기해 단단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각하 : 일본 정부 특히 외무성 당국은 조총련을 건드리는 것을 '타부'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본의 정치적 장래를 생각할 때 좌경화 하더라도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일성의 목표는 확실히 먼저 남한의 적화와 그리고 일본 공산당과 손을 잡고 일본을 적화시키려는 것이다.

시이나 : 저희들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건드리지 않으면 말썽이 없다는 격언에 따라 조총련을 종기 다루듯하는 생각을 사람이 있으나 본인은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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