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우중바띠 르포]시골거리 곳곳엔 아직 시신이…

  • 입력 2005년 1월 4일 2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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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반다아체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20km 떨어진 우중바띠. 해안선을 따라 자동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지진해일(쓰나미)로 도로가 끊겼다가 2일에야 겨우 길이 뚫려 외부와 연결됐다.

첫인상은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곳에 주민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어 평온을 되찾아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내 다른 모습들이 나타났다.

시내 대형 슈퍼마켓은 골격만 남은 채 무너져 있었다. 며칠 전에는 이곳에서 대대적인 약탈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금은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비닐에 싸인 채 방치된 시신들이 눈에 띄었다. 비닐이 벗겨져 흉측한 모습을 드러낸 시신도 있었다. 이들 시신은 군인들이 수거해 신원파악도 안한 채 매장하고 있다. 전염병 때문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반다아체에는 무너진 건물의 윤곽과 잔해가 있었다. 그러나 우중바띠에는 잔해는커녕 건물 터만 남아 있었다. 날씨와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이곳이 세계적 관광지였음을 짐작케 할 뿐이었다.

난민촌은 해안 주민들이 지진해일을 피해 달아나다 텐트를 친 언덕에 있었다. 이곳은 아체 지역의 산자락과 연결돼 있어 인도네시아 반군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난민촌에서는 2, 3일 전부터 들어온 구호물품을 가정마다 식구 수에 따라 나눠주고 있었다. 이슬람교도인 주민들은 엄청난 재앙을 당했는데도 신의 뜻으로 돌렸다. 구호단체 요원들도 따뜻한 미소로 맞았다.

그러나 사고 얘기를 하자 안색이 달라졌다. 몰리아리 아드라시안허언 씨(24)는 친구가 달아나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무조건 언덕 쪽으로 뛰었다고 한다. 처음엔 지진의 기운만 느꼈을 뿐 해일이 오는 줄은 몰랐다. 뛰다가 돌아보니 야자수보다 더 높은 파도가 쫓아오고 있었다. 겨우 언덕에 올라 정신을 차려보니 달아나라고 소리치던 친구가 사라지고 없었다.

고립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배고픔과의 싸움이었다. 사흘째부터 비행기로 구호물자를 떨어뜨려 줘 아사는 면했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 미래는 막막하기만 하다.

부모와 딸을 데리고 피난 온 리사 씨(30·여)는 마을 주민 1000명 중 50명 정도가 죽어 다행이라고 했다. 바로 옆 마을에서는 주민 1000명 중 500명만 살아남았단다.

이들은 고립돼 있어 바깥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구스 띠아르 씨(26)는 구호단체 요원에게 바깥 사정을 물었다가 인도네시아에서만 최소 10만 명이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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