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하루새 연쇄 폭탄테러 200여 명 사상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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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력과 시설이 전혀 없는 이라크 남부의 시아파 성지에서 19일 특정 정파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68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번 사상자 규모는 올해 2월 아르빌 쿠르드 당사 폭탄테러(300여 명 사상), 3월 시아파 성일(聖日)에 맞춰 발생한 바그다드 및 카르발라의 폭발물 테러(총 660여 명 사상) 이후 최대 규모다. 외신들은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 등 이라크 내 종족 종파 간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무력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쑥대밭 된 시아파 성지=이라크 보안 당국은 19일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의 이맘 알리 사원 인근에서 자살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2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폭탄테러는 이맘 알리 사원에서 약 270m 떨어진 메이단 광장에서 발생했다. 때마침 한 부족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 피해가 컸다. 나자프 주지사와 경찰서장도 장례식에 참석했으나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나자프 폭탄테러 두 시간 전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의 이맘 후세인 사원 근처에서도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했다.

카르발라 병원 관계자는 “버스와 택시 정류장 입구에서 폭탄이 터져 10명이 타고 있던 미니버스 등 5대의 차량이 전소됐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자이툰부대가 주둔 중인 아르빌 남쪽에 위치한 키르쿠크의 남서부 하위자에선 쿠르드족 4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

▽총선을 사수하라=외신들은 이날 벌어진 연쇄 폭탄테러가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려는 시아파와 자치권을 획득하려는 쿠르드족을 동시에 공격해 총선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후 카르발라와 키르쿠크에선 일주일 동안 두 차례의 테러가 발생했으며 총선에 적극적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15일에도 카르발라 이맘 후세인 사원 부근에서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의 측근인 압둘 알 카르발라이를 노린 폭탄테러로 8명이 죽고 40명이 다쳤다. 같은 날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드족 2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살해됐다.

시아파 양대 정당 중 하나인 이슬람혁명최고회의(SCIRI)의 한 간부는 “이번 공격은 시아파를 이라크 정치 일정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이라크 보안군은 나자프에서 19일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51명을 체포했다고 아드난 알 조르피 나자프 시장이 20일 밝혔다.

조르피 시장은 사담 후세인 추종세력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나자프에 거주하고 있는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도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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