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 된 시아파 성지=이라크 보안 당국은 19일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의 이맘 알리 사원 인근에서 자살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52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폭탄테러는 이맘 알리 사원에서 약 270m 떨어진 메이단 광장에서 발생했다. 때마침 한 부족장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 피해가 컸다. 나자프 주지사와 경찰서장도 장례식에 참석했으나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나자프 폭탄테러 두 시간 전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의 이맘 후세인 사원 근처에서도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57명이 부상했다.
카르발라 병원 관계자는 “버스와 택시 정류장 입구에서 폭탄이 터져 10명이 타고 있던 미니버스 등 5대의 차량이 전소됐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자이툰부대가 주둔 중인 아르빌 남쪽에 위치한 키르쿠크의 남서부 하위자에선 쿠르드족 4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살해됐다.
▽총선을 사수하라=외신들은 이날 벌어진 연쇄 폭탄테러가 총선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려는 시아파와 자치권을 획득하려는 쿠르드족을 동시에 공격해 총선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이후 카르발라와 키르쿠크에선 일주일 동안 두 차례의 테러가 발생했으며 총선에 적극적인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15일에도 카르발라 이맘 후세인 사원 부근에서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의 측근인 압둘 알 카르발라이를 노린 폭탄테러로 8명이 죽고 40명이 다쳤다. 같은 날 키르쿠크에서는 쿠르드족 2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살해됐다.
시아파 양대 정당 중 하나인 이슬람혁명최고회의(SCIRI)의 한 간부는 “이번 공격은 시아파를 이라크 정치 일정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이라크 보안군은 나자프에서 19일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 51명을 체포했다고 아드난 알 조르피 나자프 시장이 20일 밝혔다.
조르피 시장은 사담 후세인 추종세력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나자프에 거주하고 있는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도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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