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 '전장 스트레스' 시달린다

  • 입력 2004년 12월 6일 14시 25분


이라크에 파병 중인 자이툰 부대가 최근 부대원들이 겪을 수 있는 '전장(戰場) 스트레스'를 차단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장 스트레스란 병사들이 전투 지역의 생활 속에서 겪는 정신적 장애로 일부 병사들은 전투지역에 파견된 지 3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자주 답답함을 느끼거나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낸다.

6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라크에 도착한 지 4개월째에 접어든 일부 자이툰 부대원들이 최근 무심코 한숨을 쉬거나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 등 가벼운 전장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

부대 지휘부는 전장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운동이나 종교 활동이 적격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자이툰 부대는 지난달 25일 250여평의 대형 천막에 트레이드밀(일명 러닝머신) 15대 등 각종 헬스기구를 설치한 체육관을 마련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기독교 교회, 천주교 성당, 불교 불당, 이슬람 사원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자이툰 종교 센터를 열었다. 장병들은 금요일을 휴일로 정한 이슬람 국가의 관습에 따라 매주 금요일 개인별로 종교 활동에 참여한다.

일부 산하 부대는 장병들의 정서 안정을 위해 오리나 닭을 기르거나 채소밭을 운영하기도 한다. 합참 관계자는 "이슬람 문화에서는 돼지를 금기시하고 있어 오리나 닭을 택해 기른다"며 "일부 병사들은 이 동물들에게 애인의 이름을 붙이고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파병 경험이 있는 육군의 한 장교는 "통제된 생활에 익숙한 일반 병사들보다 국내에서 영외 출입 등 자유롭게 생활한 장교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파병 직전에 결혼했거나 한국의 아내로부터 출산 소식을 들은 초급장교들의 향수병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황의돈 자이툰 부대장(육군 소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인간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임무도 성공시킨다'(People first, Mission follows)라는 모토를 강조하며 "업무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전장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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