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헌주]신사참배 中-日만의 문제인가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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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여 가자 일본이 동요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라오스에서 열린 중일 총리회담 때 “A급 전범이 합사(合祀)된 시설을 일본 지도자들이 참배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내년 아이치(愛知) 만국박람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도 “그럴 때가 아니다”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해결 없이는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은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칠레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서 ‘역사 훈계’를 들은 이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던 고이즈미 총리는 거듭되는 중국의 경고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외교무대에서 노골적인 지적을 거듭 당해 체면이 구겨진 것이다.

비밀회담도 아닌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외무성 브리핑마저 부인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허둥대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고이즈미 총리는 회담 후 “야스쿠니라는 말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고 역사에 대한 말 가운데 어렴풋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적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측이 신사 참배 문제를 거론했다고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중국의 강경한 태도를 바라보는 일부 일본인들의 시각은 어처구니없다.

“같은 침략 피해국인 한국은 가만있는데 왜 중국만 야단이냐. 아시아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중화패권주의 탓이다.”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가 어느 틈엔가 중일 양국만의 현안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7월 제주도 한일 정상회담 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내 임기 동안에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의제나 쟁점으로 제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시 “이 문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의 인식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7, 18일 가고시마(鹿兒島)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다시 열린다. 노 대통령은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할까.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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