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때문에…” 벼랑끝에 몰린 아난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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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아들은 독립적인 기업인, 우리는 서로의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아들은 독립적인 기업인, 우리는 서로의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아들 스캔들’로 위기에 빠졌다.

미국으로부터 거센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하다고 유엔 외교소식통들은 전망했다. 현재로선 그가 스스로 퇴진할 가능성은 적지만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면 전격사임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일부 소식통들은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스캔들 내용=‘아들 스캔들’은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 계약업체인 스위스 코테크나 인스펙션사(社)에 근무하던 아들 코조 아난이 1999년 퇴사 뒤에도 올 2월까지 매월 2500달러씩 5년간 총 15만달러(약 1억57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올 6월까지 코테크나의 의료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스캔들은 더욱 불거졌다.

코테크나가 지급한 급여는 코조씨가 서아프리카의 경쟁기업에 취업하지 않는 조건이어서 이 회사가 유엔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코조씨에게 뇌물을 준 것이라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곤혹스러운 아난=9월 이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아난 총장은 “코조가 1999년까지만 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급여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 의회 등의 조사 결과 코조씨가 회사를 떠나고도 급여를 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 결국 아난 총장은 거짓말을 한 셈이 돼버렸다.

아난 총장은 지난달 30일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놀랐다”고 사실상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아들은 (나와) 독립적인 기업인이었고 나는 아들의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아들도 나의 행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해 로비 의혹이나 뇌물 가능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미국의 사임 압력=그러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통해 210억달러를 축적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미 상원 정보소위 놈 콜먼 위원장은 1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아난 총장은 (추악한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으며 지금은 (그가) 사임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존 댄포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달 29일 ‘아난 총장을 여전히 신임하는가’ 하는 질문에 “모든 사실이 규명될 때까지 미국 정부가 서둘러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2006년까지 2년여 임기를 남겨둔 아난 총장은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미국의 일방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면서부터 조지 W 부시 정부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석유-식량 프로그램:

1차 걸프전쟁 이후인 1991년부터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금지한 뒤 이라크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석유수출 대금을 유엔이 관리하면서 생필품을 이라크에 공급하도록 한 프로그램. 미국은 작년 이라크에서 입수한 각종 정부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라크 관리들의 착복과 횡령 사실을 밝혀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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