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선거 놓고 ‘삼각갈등’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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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부정 시비로 분열 위기를 맞은 우크라이나가 재선거 실시 쪽으로 타협점을 모색하는 듯했으나 재선거의 방식을 둘러싸고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과 여당 후보였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 등 주요 정치 지도자들은 재선거로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재선거’의 의미를 해석하는 각 진영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30일 “대법원이 선거 무효 판결을 내리면 승복하겠다”면서도 재선거에는 자신과 유셴코 후보 모두 불참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대법원이 선거 결과를 인정해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유셴코 후보에게 총리직을 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제의를 일축한 유셴코 후보는 자신이 다시 참가한 가운데 공정한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퇴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이 큰 쿠치마 대통령이 제3의 후보를 내세워 대선 구도를 완전히 새로 짜려 한다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쿠치마 대통령은 당초 야누코비치 총리를 후계자로 내세워 대선을 치렀다. 하지만 야누코비치 총리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을 받으며 부정 선거 시비를 낳고서도 유셴코 후보에게 고전을 면치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

따라서 재선거에는 야누코비치 총리보다 이미지가 좋고 경쟁력이 있는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언론은 30일 “쿠치마 대통령이 이미 세르게이 티기프코 전 중앙은행 총재를 새 후보로 점찍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티기프코 전 총재는 야누코비치 선거운동본부장을 전격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이 더욱 무게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야누코비치 총리가 곧 사임할 것이라는 설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유셴코 후보 지지자들은 재선거 논의에도 불구하고 30일 대통령궁과 의회 내각청사를 포위하고 격렬한 시위를 계속했다. 한때 정부기관이 봉쇄되고 일부 시위대는 처음으로 쿠치마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유셴코 후보가 재선거를 통한 합법적 권력 이양보다 시민혁명을 통한 권력 장악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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