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벼랑끝 核협상…경제적 실익 챙겼다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05분


코멘트
핵개발 중단 여부를 놓고 유럽연합(EU) 3개국과 마지막까지 ‘벼랑 끝 협상’을 벌인 이란의 속셈은 무엇일까.

핵개발이 전력 생산을 위한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핵 주권’을 강조해 온 이란은 ‘핵개발 전면 동결’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결의안을 받아들였지만 미국과 EU는 이란의 이런 자세에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체면 살린 IAEA, 실익 챙긴 이란=이란은 영국 프랑스 독일의 EU 3개국과 벌인 핵 협상에서 양 극단을 오갔다.

14일 IAEA에 우라늄 농축을 전면중단한다고 서한을 보냈다가 25일에는 ‘원심분리기 20대를 계속 가동하겠다’는 내용의 2차 서한을 발송했다. 3일 뒤인 28일엔 다시 ‘원심분리기 20대도 동결할 방침’이라는 3차 서한을 보냈다.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은 이란의 거듭된 입장 번복에 맞춰 결의안 초안을 7차례나 고치며 IAEA 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으로 최종 정리했다.

29일 IAEA 이사회에 상정된 7번째 초안에선 ‘이란이 핵개발을 재개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한다’는 제재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IAEA 사무총장 명의로 회원국들에 위반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안보리 회부에 비해 강도가 낮은 조치다.

이란은 또 EU로부터 각종 경제·정치적 지원 약속도 받아냈다.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란의 안전보장 확약 등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이란과 EU의 구체적인 협력 협상은 12월 초 시작된다.

레바논의 권위지 데일리 스타는 29일 “IAEA는 결의안 채택으로 체면을 살렸고, 이란은 벼랑 끝 협상을 통해 유럽과 미국 사이를 벌려 놓는 부수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 개발 포기할까=IAEA의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전면중단 약속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이란도 우라늄 농축 중단은 EU와의 협상을 위한 유인책이지 결코 영구 동결은 아니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란 관영 방송은 29일 연구용 원심분리기 가동은 계속한다는 외무부 성명을 반복해 내보냈다.

미국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결의안 초안에 실망했지만 IAEA 이사회 통과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란은 IAEA가 채택한 결의안을 곧 어길 것”이라는 미국 관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조만간 미국이 나설 시기가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조율해 온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결의안 초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란에 경제 및 외교적 압력을 넣는 동시에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제재를 가해야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은 다급해진다. 이란의 핵 억지력 보유는 미국의 중동지역 영향력을 크게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이란 핵문제 최근 일지▼

10월 31일 이란 의회, 우라늄 농축 재개법 만장일치로 승인

11월 2일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 “우라늄 농축 중단 불가” 천명

7일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과 우라늄 농축 중단 잠정 합의

1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농축 전면 중단” 1차 서한

17일 이란 국민저항협의회 “테헤란 비밀시설에서 농축 계속” 주장

19일 서방 일부 외교관들, 이란의 ‘6불화우라늄(UF6)’ 생산 주장

22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이란의 농축 중단 반드시 검증해야”

25일 이란, IAEA에 “원심분리기 20대 계속 가동하겠다”고 2차 서한

26일 유럽 3개국과 이란 대표단, 분리기 20대에 카메라 설치키로

28일 이란 외무부, “연구 및 개발용 원심분리기 20대는 동결 불가” 그러나 오후 들어 IAEA에 “분리기 20대도 동결 포함” 3차 서한

29일 IAEA 이사회, 이란 핵문제에 대한 결의안 토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