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보기구개편법안 하원상정 무산…사전모의?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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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국가정보국(NID)을 설치하려는 정보기구 개편법안 처리가 진통을 겪으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날인 21일 하원이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항명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뉴욕타임스가 제기한 백악관-의회-럼즈펠드간 ‘사전 합의설’의 핵심은 △400억달러(약 45조원)의 정보예산이 NID로 넘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국방부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면허증을 줘선 안 된다는 주장이 법안에 반영되지 않자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공화당 의원 △법안 추진에 앞장서는 듯했던 백악관이 모두 표결무산을 내심 바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노골적으로 반대 로비를 했고, 공화당 일부 의원이 법안에 반대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법안 추진을 공언해왔고, 표결 무산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법안처리 강행의지를 밝혔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로버트 메네데즈 의원은 이날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의지에 배치되는 법안반대 로비를 공개적으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방부의 반대를 이해하더라도, 대통령이 공언한 법안처리에 핵심참모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화당 크리스토퍼 샤이스 의원은 럼즈펠드 장관을 몰아세웠다. 그는 “국방부가 밥그릇 싸움에 매달리느라 9·11조사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을 쓰레기통에 처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패트 로버츠 의원은 폭스 TV에 출연해 “솔직히 말하면 백악관도 반대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딕 체니 부통령은 이날 의회로 달려가 법안반대를 주도한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국방부 대변인도 비난이 럼즈펠드 장관에게 쏟아지자 “국방부는 백악관이 주도하는 법안통과 노력에 동참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 법안은 9·11조사위원회가 “정보 분석의 실패가 테러예방 실패의 원인이며, 정보기구의 개편이 절실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만들어졌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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