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 영토분쟁 실마리 풀리나…하보마이-시코탄 반환 시사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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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가까이 계속돼 온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 분쟁에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4일 러시아 민영 NTV와의 회견에서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와 주변 4개 섬(일본 표현으로 ‘북방영토’) 중 2개를 먼저 반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옛 소련의 승계자로서 1956년 소-일 공동선언 합의 내용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4개 섬 중 하보마이(齒舞)와 시코탄(色丹)을 돌려주기로 한 합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일본 입장은?=1956년 이후 러시아 고위 관리가 일부라도 반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는 1993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까지는 일본과의 영토분쟁 존재 사실 자체마저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일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1년 문서로 소-일 공동선언의 효력을 인정했다”고 주장하자 이마저도 부인했을 정도다.

양국 정부는 첨예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왔다. 러시아의 여론은 “일부라도 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일본에서는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절대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발언은 러시아 정부가 먼저 성의를 보인 것으로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양국은 영토문제가 걸림돌이 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년이 가깝도록 평화협정조차 해결 못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협력과 연결시켜 대(對)러시아 투자를 억제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해 왔다.

▽러시아의 속셈=러시아가 먼저 반환할 2개 섬으로 내심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정한 것은 다른 2개 섬인 이투루프(일본식 표기는 에토로후·擇捉)와 쿠나시리(구나시리·國後)보다 정치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하보마이와 시코탄은 원래 지리적으로도 쿠릴열도가 아닌 일본 홋카이도의 부속 도서에 가깝다. 또 옛 소련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대가로 연합국으로부터 쿠릴열도의 점유를 보장받을 당시에도 이 2개 섬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종전 후 일방적으로 강점을 했다.

러시아로서는 ‘당연히 돌려줘야 할’ 2개 섬을 먼저 반환해 평화협정부터 체결한 후 나머지 2개 섬의 반환 문제를 차차 논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내년 초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4개 도서의 완전 반환’을 고집할 경우 문제 해결은 또 다시 미뤄지게 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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