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EU경제권은 무늬만 싱글마켓”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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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제권은 무늬만 싱글 마켓(단일 시장)이다.”

영국 정부가 EU의 단일시장 정책을 공공연하게 위반하는 다른 회원국들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상품과 용역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EU 단일시장의 취지가 일부 국가 정부의 개입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5일 영국 내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내용을 소개하면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조만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공공사업부문의 입찰 불공정 사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영국 기업은 스페인 지방도시의 공공사업에 월등히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으나 스페인 기업에 밀려 사업을 따내지 못했다. 현지 정치인들의 입김이 작용해 해당 도시가 현지 기업에 사업권을 준 것.

영국의 한 전자회사는 프랑스 정부가 발주한 입찰에 참가했다가 ‘들러리’ 신세가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프랑스 회사보다 10% 싼 가격에 응찰했는데도 밀려났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프랑스 정부가 자국 기업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낙찰가를 낮추려고 일부러 외국기업을 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사업비가 큰 공공사업은 모든 회원국 기업에 동등한 참여 기회를 주도록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사업을 여러 개로 쪼개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도로 건설사업의 구간을 둘로 쪼개 각각 입찰을 실시한 사례도 드러났다.

공고 의무도 무시하기 일쑤다. 2002년 공고 의무가 있는 사업 가운데 실제 공고된 것은 16%에 불과했다. 다른 나라 기업이 사업을 수주한 사례는 전체의 10%에 그쳤다. EU집행위원회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면 비용을 30%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단일시장 정책이 표류하자 “EU의 단일시장 환상은 과대 포장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다음 달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2007년까지 에너지 사업부문에서라도 완전경쟁체제를 갖추도록 하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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