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블레어 정상회담]“블레어는 부시의 푸들인가요”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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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때때로 ‘부시의 푸들(강아지)’로 묘사됩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요.”

12일 미영 정상회담 직후 열린 백악관 공동기자회견에서 영국 더 타임스의 데이비드 차터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지자 회견장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CNN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자국 총리를 비하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블레어 총리가 질문을 가로막으며 재빨리 대응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그렇다(yes)고 답변하면 안 된다. 그러면 난…상황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회견장에는 짧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차터 기자는 이어 “이라크전쟁을 전폭 지지한 대가를 영국에 지불해야 하지 않느냐”고 부시 대통령에게 물었다.

반(半)농담조의 질문이었지만 부시 대통령은 시종 진지하게 답했다. 그는 강하고 능력 있고 비전을 갖춘 지도자인 블레어 총리를 존경하며, 블레어 총리는 영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라크전쟁 지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블레어 총리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나는 행운아”라고까지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은 차터 기자에게 “정치권을 오래 취재했느냐”고 되물은 뒤 “블레어 총리는 자기 발언에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지만 그렇지 않은 정치인이 많다”고 말했다.

두 번째 질문에는 블레어 총리가 직접 답변에 나섰다. 그는 “영국이 미국의 동맹이어서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믿음을 갖고 있기에 동맹이 된 것”이라고 응수했다.

더 타임스는 자사 기자가 던진 질문과 상황을 보도하면서 “운 좋은 미국 대통령, 영국 총리를 칭찬했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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