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라파트 영전(靈前)에 중동 평화를

  • 입력 2004년 11월 11일 18시 31분


11일 별세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팔레스타인의 독립투쟁과 평화노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으로서 30여년간 무장투쟁 방식의 해방운동을 주도했으며, 이스라엘과의 협상 시기에는 평화의 전도사로 나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그의 사망에 즈음해 각국이 보내는 조의(弔意)는 한평생 불굴의 의지로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지도자에게 바치는 헌사(獻辭)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라파트의 죽음은 기원전부터 시작된 투쟁에도 불구하고 완전 독립을 얻지 못한 약소민족 팔레스타인인들의 비극적 운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도자를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독립 쟁취를 위해 굳게 뭉칠 수 있을까. 아라파트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끝내 평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당장 후계자 자리를 놓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부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우려된다. 대(對)이스라엘 투쟁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 온건파와 과격파의 대립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힘의 진공상태를 노려 팔레스타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자칫하면 지도자의 죽음이 팔레스타인 민족의 더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라파트의 사망으로 인한 혼란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팔레스타인은 물론 중동 전체의 평화를 위한 길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혼란을 부추길 만한 행동을 자제해야 하고, 이집트를 비롯한 주변국들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 등 강대국들도 중동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아라파트의 죽음을 계기로 모든 관련국이 팔레스타인의 비극을 절감하고 중동의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