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사망임박]팔 지도부 긴급회의…발표시기 저울질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19분


코멘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에 대비해 10일 각각 긴급회의를 가졌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아라파트의 소생을 비는 집회가 계속됐다.

이날 자치정부 주변에선 “아라파트 수반이 사실상 사망했다”는 단정적 발언이 익명으로 흘러나왔다. 일부에서는 자치정부 내 권력투쟁과 은닉재산 처리문제 때문에 ‘사망선고’가 인위적으로 늦춰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긴급회의 소집=10일 아침 프랑스 파리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청사로 돌아온 아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 등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장지와 장례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오전 11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쿠레이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회 사무총장 등 수뇌부는 사망 발표와 장례 절차, 차기 수반의 선거일정 등을 논의했다.

아라파트 수반의 부인 수하 알타윌 여사와 비서들은 장례식에 참석할 아랍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자치정부측은 미국 백악관에도 전화를 걸어 장지 문제 등을 상의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도 안보회의를 열어 장지 문제와 예상되는 유혈충돌에 대비한 대책을 준비했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아라파트 수반 사망 후 팔레스타인에 온건지도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가 10일 보도했다.

장지로 결정된 라말라 자치정부 청사에는 불도저 2대와 굴착장비 1대가 들어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죽음 준비하는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도부가 아라파트 수반의 생사에 대한 혼란을 해소해 주기를 숙연한 분위기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아라파트가 입원 중인 프랑스 파리 근교 클라마르의 페르시 군병원에 10일 도착한 이슬람 성직자 타이시르 엘 타미미 팔레스타인 종교법원 수장이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는 결정을 내려주길 원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TV는 9일부터 아라파트의 삶과 투쟁역정을 방영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사원과 거리 곳곳에 모여 기도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아라파트 수반은 죽든 살든 팔레스타인과 동격”이라며 “그가 2년6개월 동안 연금생활을 한 라말라 청사는 새로운 성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 집회를 이끌고 있는 압둘 아지즈(34)는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공식 발표할 때까지 수반의 사망을 믿지 않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13개 주요 무장세력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이 발표돼도 발포하거나 공공시설 파괴 등의 무질서 행위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