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매춘부 축구팀 ‘철로의 별’ 전국투어 나서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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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자신들을 알리며 스스로의 권익보호에 나선 과테말라 성매매 여성 축구팀 ‘철로의 별’.
축구로 자신들을 알리며 스스로의 권익보호에 나선 과테말라 성매매 여성 축구팀 ‘철로의 별’.
집창촌 여성들이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운동장에 들어서면, 그들은 침침한 불빛 아래 스스로를 감추던 존재가 아니라 팀워크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축구선수가 된다.

영국 BBC방송은 7일 과테말라 여성축구팀 ‘철로의 별(Las Estrellas de la Linea)’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철로의 별’은 홍등가 성매매 여성들로 구성된 축구팀. 출범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팀 이름은 과테말라시티의 집창촌이 철로를 따라 형성된 점에 착안했다.

이들은 축구를 통해 자신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고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축구팀을 결성했다고 한다. 과테말라는 매춘이 합법이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수입은 ‘고객 1인당’ 겨우 2.5달러(약 2800원). 직업 특성상 폭행과 살해 등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총인구 1430만명의 과테말라에는 1만700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다.

‘철로의 별’은 지역 여성 축구리그에 등록하고 활동을 시작했으나 출발이 쉽지는 않았다. 여고 축구팀과의 첫 경기에서 ‘정체’를 알아차린 여고팀 학부모들이 경기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여경 축구팀, 여기자 팀 등과 경기를 치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을 돌며 지방의 비슷한 처지의 여성 팀과 경기하고 있다.

이들의 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팀의 한 여성은 “운동장에서 훈련할 때만큼은 내가 ‘철로 변’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잊는다”며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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