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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5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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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정세에 미칠 영향=영국 BBC 방송은 4일 팔레스타인에는 확고한 후계자가 없어 아라파트 이후 강온 세력간 권력투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노리고 있는 과격급진 무장세력인 하마스가 당장 집단지도체제 구성을 요구하고 나서 아라파트 사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소요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했던 유일한 인물인 아라파트의 공백이 너무 큰 것이다.
또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이스라엘 정착촌 철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정세가 불확실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확고한 팔레스타인 차기 지도자가 등장하지 않으면 하마스와 일부 급진단체들이 독자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
특히 거세지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폭탄테러 공격으로 불안한 이라크 정세와 맞물릴 경우 중동정세는 손댈 수 없이 악화될 수도 있다. 중동 문제의 핵심은 이라크의 안정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항구적 해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평화협상 진전 가능성?=아라파트 수반의 사망이 오히려 평화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아라파트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2000년 임기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북초청도 마다하고 이-팔 평화협정 타결에 힘을 기울였으나 아라파트가 거의 합의에 다다른 협상안을 무산시킨 이후 그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아라파트 수반은 지도자로서 실패했다"며 "팔레스타인에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라파트를 고질적인 테러범으로 보고 있는 이스라엘은 그를 협상 대상으로 신뢰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 극우파들은 그의 추방 또는 암살을 제안했을 정도. 따라서 아라파트를 대신하는 인물이 나올 경우 중동평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달 28일 공영 라디오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금까지 가자지구 철수안에 대해 팔레스타인과 협력하길 거부해왔으나 향후 팔레스타인 새 지도부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1기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묵인했고, 중동평화 로드맵 이행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시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4일 재선 뒤에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롭고 희망적인 미래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국가의 공존으로 이어질 중동평화 '로드맵' 추진 가능성을 시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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