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망신 자초한 조그비의 섣부른 예견

  • 입력 2004년 11월 3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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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가 31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압승을 거둘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 인터내셔널 대표가 2일 투표가 끝나기 직전 언론에 밝힌 '전망'이다. 미국의 언론이 이례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그비 대표는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단정적으로 케리 후보의 승리를 예견했다.

조그비 대표는 "오하이오, 미시간, 미네소타, 위스콘신, 플로리다, 뉴멕시코주 등 경합을 벌였던 지역 대부분이 케리 후보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이번 대선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묻는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케리 후보를 100% 신뢰하지 않는 유권자들도 부시 대통령에 대한 대안으로 케리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조그비 대표의 '호언장담'은 어긋난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율이 높을 경우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그의 분석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케리 후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등 접전 지역에서 출구조사를 인용한 조그비 대표의 예상을 깨고 부시 대통령이 모두 승리했다.

조그비 대표가 이끄는 조그비 인터내셔널은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당선을 가장 근접한 결과로 예측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부통령의 지지도가 부시 공화당 후보를 앞선다고 예측한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고어 부통령은 지지도에서는 부시에 0.1% 포인트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대권의 꿈을 접었다.

조그비 대표는 이미 며칠 전부터 케리 후보의 승리를 점쳐왔다. 조그비 대표는 1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문을 통해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사실상의 동률이 아니라 완벽한 동률"이라고 말하면서도 '직감적으로' 케리 후보가 승리할 것을 점쳤다. 부동층이 선거 막판에 도전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철저한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유추해내는 통계 전문가로 유명한 조그비 대표의 기고문에 '직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아이러니다. 더구나 개표 막판까지 숨을 죽인 다른 언론이나 여론 조사기관들과는 달리 성급하게 예상치를 발표한 것도 통계 전문가로서는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평.

조그비 대표의 예측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확신'이었는지, 단지 그의 '희망사항'이었는지는 그 자신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여하튼 이날의 '어긋난 예언'으로 조그비 대표는 지난 8년간 쌓았던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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