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열화우라늄탄 후유증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3일 14시 48분


이라크전쟁때 미군이 사용한 열화(劣化)우라늄탄 후유증 논란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핵 발전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우라늄을 활용해 관통력을 월등히 높인 대전차 철갑탄이나 포탄 등을 일컫는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열화우라늄의 후유증을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이라크 파병 한국군에도 앞으로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정밀건강진단 등 대책이 요청된다.

△계기=미 육군 수송부대 운전병으로 이라크에 파병된 제럴드 달렌 마슈씨는 지난해 9월 얼굴에 덕지덕지 종기가 생기고 까닭모를 편두통에 시달리는 신체 이상 때문에 본국으로 송환됐다. 귀국한 뒤 곧 부인이 임신했고 올해 6월 딸을 얻었다. 그런데 신생아는 왼손 손가락이 2개뿐이고 오른손 손가락은 거의 생기지 않은 기형아였다. 부부의 가계에는 선천적 장애아가 없었기에 마슈씨는 열화우라늄 영향을 의심했고 전에 미군 병사의 열화우라늄탄 노출 문제를 보도한 적이 있는 뉴욕 데일리 뉴스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신문은 전문기관에 맡겨 마슈씨의 오줌을 조사한 끝에 열화우라늄 방사선을 확인, 지난달 29일자에 이 사실을 보도했다.

△논란=미 육군은 편두통 등 전쟁 후유증을 인정해 마슈씨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열화우라늄 방사선이 검출된 오줌검사 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6월 이라크 현장조사를 했던 일본 게이오대학의 한 연구자는 "마슈씨가 열화우라늄에 노출돼 정자가 어떤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고 도쿄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이 연구자는 또 표적에서 빗나가 땅속에 박힌 열화우라늄탄이 많은데 현재 모래와 물을 오염시키고 있어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각국 군인이 열화우라늄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책=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기관인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은 6월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건강상의 영향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내용의 홍보책자를 배포한 바 있다. 국회에서 야당인 사민당 소속 의원이 8월 이를 문제삼자 문부과학성은 "열화우라늄에 의한 건강 피해는 국제적으로 확정적인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방위청은 이라크에서 일부 교체돼 귀국한 자위대원에 대해 일반적인 오줌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특별히 열화우라늄 오염을 전제로 한 검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민간기구 '열화우라늄무기 금지 시민네트워크'는 "미국의 장애아 출산을 거울삼아 열화우라늄 후유증을 염두에 두고 귀환 병사에 대한 철저한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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