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에 맞설 反케리 다큐 방영”…케리측 발끈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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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방송그룹이 발표한 대대적인 ‘반(反) 케리’ 정치 다큐멘터리 방영 계획으로 미 정치권이 벌집을 쑤신 듯하다.

미국 최대 지역방송사업자인 싱클레어 방송은 11일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베트남전 무공의 허상을 짚는 다큐 ‘도둑맞은 명예’를 전국 62개 채널을 통해 대선 직전까지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케리 후보측은 “선거법 위반”이라며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할 뜻을 밝혔고 다이앤 페인스타인 등 18명의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도 연방통신위원회에 항의 서한을 보내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제의 다큐는 베트남전 참전자 출신 방송인 칼턴 셔우드가 현재 제작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올 8월 등장한 ‘진실을 위한 쾌속정 참전용사들의 모임’이 케리 후보를 공격할 때 사용한 논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 언론은 이 다큐가 ‘부시 저격수’인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 영화 ‘화씨 9/11’의 맞대응 차원에서 제작됐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 등 유력매체 홈페이지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화씨 9/11의 DVD가 시판된 것을 계기로 반 부시 전선을 펴자는 광고물이 등장한 상황이다.

싱클레어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서라도 방영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방송사는 올 초 “진보적 방송매체가 외면하는 ‘따뜻한 점’을 보도하라”며 현직 부사장을 직접 이라크로 파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또 이라크전 사망자 전원의 명단을 읽어 내린 ABC 방송의 뉴스프로에 대해 ‘반전 감정을 부추긴다’며 화면사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싱클레어 방송은 “케리 후보에게 동일한 시간을 줄 용의가 있다”고 느긋한 표정이지만 케리 후보 캠프는 “방송보도의 기본을 묵살하는 측의 제의엔 관심 없다”고 애써 무시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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