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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2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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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만리장성은 눈으로 볼 수 없었다.”(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
2007년쯤이면 한국인의 한마디도 ‘우주인 어록’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21일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우주협력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한국 최초의 우주인 배출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통해 우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소유스는 미국의 우주왕복선 계획이 재개되기 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는 유일한 우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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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될 수 있나
“우주인의 요구조건은 한마디로 건강한 신체와 정신, 전문성과 과학상식, 그리고 팀워크”라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밝혔다.
지상보다 중력이 매우 약한 우주공간에서는 2, 3일만 지내도 혈액을 20%까지 잃을 수 있고 근육은 1주일에 대략 5%의 비율로 사라지며 뼈는 한 달에 1%씩 줄어든다. 예를 들어 지상에서 뼈는 중력의 당김에 적응해 버텨왔지만 우주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 그 양이 점차 손실되는 것. 우주인은 단순한 여행보다 과학실험을 목적으로 우주에 가기 때문에 전문성과 과학상식이 필요하다. 또 다른 우주인과 원활하게 지내려면 팀워크도 중요하다.
과학기술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주인 선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면 우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 일본 최초의 우주인 도요히로 아키야마는 방송사 기자였고 영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 헬렌 샤먼은 과자회사 연구원이었다. 물론 이공계 출신이 유리하다.
● 선발 일정과 훈련 과정
과기부 우주항공기술과 최근철 과장은 “10월 초 구체적인 일정을 잡기 시작해 올해 말쯤 과기부 장관이 직접 우주인 배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후 6개월간의 선발 과정과 1년반 정도의 훈련기간을 거쳐 최종 선발된 한국인 1명을 2007년에 우주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신체 및 심리검사, 과학상식 시험, 면접 등을 통해 선발될 인원은 최소 3명에서 최대 10여명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는 훈련을 거쳐 1명의 우주인 후보가 탄생한다. 우주인 경쟁률은 일본의 300 대 1이나 영국의 6500 대 1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진철 박사는 “훈련은 러시아 모스크바 근처의 ‘스타시티’ 내 유리 가가린 우주비행훈련센터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켓구조, 기초과학, 재료처리 등 우주과학 관련지식을 배우고 비행선을 타거나 물속에서 유영하며 우주공간에서 활동하는 법을 익히며 우주선이 불시착할 때를 대비해 오지에서의 생존능력도 키운다. 또 우주선을 모방한 시뮬레이터를 통해 진짜 우주선이 이륙해 가속할 때와 똑같은 경험을 한다.
● 우주에서 무얼 하나
우주공간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어 특별한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지상에서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 완벽하게 섞일 수 있고 촛불도 길쭉하지 않고 동그란 모양이 된다.
우주에서는 대류현상이 없어 불순물이 이동하지 못해 재료의 순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성능이 지금보다 100배 이상 좋은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의 우주인이 우주에서 어떤 실험을 하게 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최 과장은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는 일반 국민,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후 실제 우주에서 진행할 실험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소유스의 탑승 정원은 3명”이라며 “우리 우주인은 이 중 한자리를 차지해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고 10일간 우주에 머물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일 정도만 머문다면 심도 있는 실험은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용이나 우주실험 내용 등을 러시아와 구체적으로 상의할 때 이 문제가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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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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