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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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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문제가 최근 국제적 논란으로 급부상한 것도 미국이 추진 중인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대한 통제강화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각국의 평화적 핵 개발 초기단계부터 적극 개입할 경우 논란은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WMD 확산방지 체계=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은 WMD를 이용한 테러 방지를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설정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올 2월 11일 국방대학 연설에서 WMD 확산방지를 위한 7대 제안을 내놓으며 방향을 제시했다.
미 정부는 이 7대 제안을 실천하기 위한 3대축으로 △WMD 확산방지구상(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 △컨테이너 화물검색 체제(CSI·Container Security Initiative) △국제위협 감축구상(GTRI·Global Threat Reduction Initiative)을 만들었다.
15개 회원국이 참여 중인 PSI는 해상과 공중에서 이동 중인 미사일 또는 WMD 부품 등을 임의로 압수하는 적극적인 군사적 움직임. CSI는 선박과 항만을 이용한 테러를 차단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거나 통관을 보류하는 등 운항을 규제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2번째 회의를 마친 GTRI는 각국의 핵물질 목록을 작성하고, 구러시아에서 빠져나간 고농축우라늄 연료를 회수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WMD 확산방지 3대축은 핵무기나 운송수단 통제는 물론이고 아예 핵개발 시작 단계부터 적극적인 감시와 통제를 벌이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핵연료 제조단계로 추정되는 이란에 대해 미국이 적극 압박에 나선 것도 GTRI에 따른 통제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기존 국제 체제와의 병행 작업=미국은 WMD 확산방지를 위한 3대축과 함께 기존 국제 핵통제질서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기능이 대폭 강화된 것도 이와 관련 있다.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이행에 따른 완벽한 사찰을 위해 1997년 추가의정서를 도입했다. 이는 언제 어디서든 핵연료 주기에 관련된 모든 시설과 장비, 물질에 대한 정보 접근 및 조기사찰을 허용한다는 것. 최근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 및 플루토늄 추출 실험이 불거진 것도 2월에 추가의정서를 비준했기 때문이었다.
IAEA 강화 노력은 핵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는 국제기구의 사찰 방식과, 평화적 목적과 군사적 전용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면서 생긴 NPT 체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메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 주도의 국제 핵통제 시스템 강화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평화적 이용단계부터 통제가 강화될 경우 핵 비보유국가들의 핵기술 수입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한국의 경우 지난해 원자력발전소용 농축우라늄과 천연우라늄 733t(4764억원)을 전량 수입했다. 이를 감안해 과학기술부 장관 등 4개 부처 장관은 합동성명에서 ‘핵의 평화적 이용범위 확대’를 천명하며 평화용도의 연구개발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이것 역시 미국의 전방위 압박과 충돌할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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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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