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냉전구조 우려

  • 입력 2004년 9월 19일 14시 23분


한일(韓日)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12회 한일포럼-일한포럼 합동회의가 지난 13~15일 사흘간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렸다.

2005년 한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을 앞두고 열린 이번 포럼엔 양국의 정계·학계·재계·언론계 인사 등 50여명이 참석, 양국의 국내 정치 및 사회 변화가 두 나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참석자들은 한일관계 40년을 재조명하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교류 협력을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본측 참가자들은 △한국의 급속한 중국접근 △북한 핵개발의혹등 종래의 외교 안보문제 외에도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밝힌 한국에서의 우라늄 농축 실험및 플루토늄 추출 △친일진상규명 관련법 제정움직임등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친일진상규명관련법 추진에 대해 "과거 일본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을 모두 나쁘다 하여 사회적으로 지탄하고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유감"이라며 "반세기도 다 지난 지금에 와서 이같은 법제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 참가자들은 "과거 반민특위활동에서 규명이 미진했던 과거사에 대한 국내적 재조명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정인(文正仁·연세대)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로 △미일(美日) 동맹의 강화에 따른 중국의 경계심 △이에 따른 중국과 한국의 안보 협조 가능성을 언급,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음은 각 세션별 주제발표의 요약.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와 한일 관계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부시 대통령 정부 이후, 특히 9 11 테러 이후 미국의 군사 안보 전략이 크게 바뀜에 따라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은 그동안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통해 미국을 주축으로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반면 한미 동맹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는 것.

문 교수는 "이는 한일 협력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특히 "주한미군 철수 이후의 한일 관계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미일 동맹의 강화가 한미 동맹 및 한일 안보 협력 관계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 결과 중국의 미일 동맹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 중국과 한국의 안보 협조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신냉전구조'의 불행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고 지역 안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선 한국·미국·일본·북한·중국·러시아등 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안보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FTA 체결협상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안충영 원장은 한일간에 FTA가 체결되면 한일 경제통합의 효과는 일본측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한국의 대일 무역 적자가 작년에 200억달러, 올해엔 250억달러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불리한 FTA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이 부품 소재산업의 한국 이전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한일경제의 새로운 분업구도를 만드는데 일본의 선제적 개방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한국측 참가자들은 한일 FTA로 인해 한국의 대일수출 관련 부품산업등 중소기업의 7할 가량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므로 협정체결이 쉽지 않을 것임을 지적하고 일본 부품 소재산업의 과감한 한국 이전을 촉구했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일본 자민당 후쿠다 야스오 의원은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해나가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언급을 거론하며 "이는 한일 관계의 안정적인 구축을 위해선 한일 상호의 자제와 호혜적 관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또 지난 7월 제주도 한일 정상 회담에서 "재임중에는 한일 관계의 과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의중에 대해선 "이는 일본의 자제가 전제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쿠다 의원은 이어 "한국의 대북 평화 번영 정책을 환영하지만, 우린 북한 핵문제 해결도 중시한다"면서 "한미 관계의 강화에도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일 교류의 새로운 전개

일본 국제교류센터 야마모토 타다시 이사장은 2002년 월드컵축구의 성공적인 한일공동개최와 최근 NHK의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 방영에서 나타난 '배용준 붐'등 '한류'열풍이 민간교류를 촉진하고 안정적인 한일관계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의 한일교류는 △대중문화 교류의 확대와 인적 흐름의 증대 △지방 차원 교류의 증대 △각 분야별 지적교류의 활성화를 통한 정책연구및 대화의 촉진 △글로벌 공통과제에 관한 시민사회 조직의 한일 협력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대 김영작 교수는 국교정상화 40년 이후의 한일관계는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일본의 한류 열풍으로 전에 없이 안정적인 관계가 조성되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그러나 이처럼 사회 문화 분야에서 성숙되어 가는 우호 친선관계를 저해할지도 모를 요소들, 예를 들어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 참배 △역사 교과서 문제 △독도 문제 등이 한일간에 잠복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 한일 양국의 정치 경제 언론 사회 문화등 각 분야에서 이같은 요소를 제거하고 긍정적인 요소를 활성화시키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제의했다.

▶ 제12회 한일포럼 양측 참가자 명단

▶[중앙일보 최우석칼럼 전문]-안의 걱정, 밖의 걱정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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