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인 12명 왜 학살했나]수니파, 過政흔들기 작전인 듯

  • 입력 2004년 9월 1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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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테러단체 ‘안사르 알 순나’가 지난달 31일 네팔인 인질 12명을 집단 살해한 것은 글자 그대로 ‘학살’이었다. 살해 동기도 명확지 않아 또 다른 민간인 학살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라크에서 피랍돼 살해당한 외국인은 이번 네팔인들을 제외하고 모두 14명. 이중 8명은 파병국의 국민이었다. 납치범들은 인질을 살해하기 전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요구사항을 밝히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네팔은 비(非)파병국인 데다 납치범들은 아무런 요구도 없이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과도정부를 흔들기 위한 수니파의 작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선문대 이원삼 교수(통일신학부)는 “납치단체의 이름에 ‘순나’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을 볼 때 납치범들은 분명 수니파일 것”이라며 “후세인 시절의 기득권을 빼앗긴 수니파 테러단체가 파병 여부를 불문하고 무차별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최근 이라크 테러단체들은 전쟁 초기처럼 아군, 적군을 나누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 연구위원은 “이라크 현지에서 경호원으로 일하는 외국인 가운데 네팔인이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테러단체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을 돕는 네팔인은 눈엣가시여서 네팔 희생자가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두 전문가들은 납치범들이 내세웠던 ‘종교적 이유’는 진짜 살해 동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위원은 “종교적 이유로 살해한다는 납치범들의 성명은 이슬람인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며 “이슬람교는 기독교나 불교를 탄압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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