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객기추락 이슬람단체 테러인듯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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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객기 2대가 24일 거의 동시에 추락한 사건은 테러에 의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자칭 ‘이슬람불리 여단’이라는 무장단체가 27일 러시아의 체첸 탄압을 거론하면서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러시아 언론들은 추락 여객기 잔해 속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추락사건은 9·11테러 이후 첫 비행기 테러로 범행단체와 국제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연계 가능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이타르타스 통신은 러시아연방보안부(FSB)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여객기 두 대 중 TU-154기가 추락한 현장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도 “FSB 관계자들이 여객기 두 대 가운데 최소한 한 대는 테러에 의해 추락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슬람불리 여단은 이슬람 무장단체를 대변해 온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슬람불리 여단이 추락한 2대의 비행기에 각각 5명의 전사(무자헤딘)들이 탑승했다고 밝힘에 따라 체첸인의 성을 가진 탑승객을 중심으로 용의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체첸인의 성을 가진 탑승객은 모두 4명이며 소치행 TU-154에 1명, 볼고그라드행 TU-134 여객기에 3명이 각각 탑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당국은 또 TU-154에 탑승한 ‘제비르하노바’라는 여성을 비롯해 체첸인의 성을 가진 여성 2명의 시신을 아무도 찾아가지 않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 휴양지인 소치로 가다 로스토프에서 추락한 TU-154는 납치 사실을 알리는 위험신호를 3차례 관제탑에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지기 5분 전 누군가가 조종석과 승무원이 있는 서비스실에 설치된 비상 버튼을 눌러 외부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는 것. 이 위험 신호는 ‘공중납치’를 알리는 것이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FSB는 그동안 이 신호가 단순한 조난 신호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테러 배후=이슬람불리 여단은 성명에서 5명의 전사들의 유언장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은 “우리는 러시아에 의해 고통 받는 체첸의 이슬람 형제들을 돕고 이들에게 승리를 안겨 주기 위해 첫 공격을 감행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당국은 이 성명에는 알 카에다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지만 지난달 파키스탄 총리 암살 미수 사건 때 ‘알 카에다의 이슬람불리 여단’이라는 이름의 성명이 나온 적이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체첸 반군 세력이 알 카에다 등 테러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슬람불리 여단은 1981년 카이로에서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을 암살했던 무장단체의 지도자 칼리드 이슬람불리의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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