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 2004]‘케리 과거사’ 광고공방 격화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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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의 승자는?미국 대선 양당 후보들의 군 복무 과거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전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텍사스주 방위군 출신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왼쪽)과 참전 당시 무훈이 과대 포장됐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존 케리 후보의 당시 모습.- AP 자료사진
‘병풍’의 승자는?
미국 대선 양당 후보들의 군 복무 과거사를 둘러싼 진실 공방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전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였던 텍사스주 방위군 출신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왼쪽)과 참전 당시 무훈이 과대 포장됐다는 공격을 받고 있는 존 케리 후보의 당시 모습.- AP 자료사진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9년 2월 28일. 고속순찰정을 지휘하던 예일대 졸업생 존 케리 해군 중위는 이날의 전과로 은성무공훈장(Silver Star)을 받는다. 케리 후보가 베트남전에서 받은 5개의 훈장 중 하나다.

2004 미국 대선은 지금 이날의 ‘진실’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진실을 위한 순찰정 참전용사들(SBVT)’이라는 단체는 다음 주부터 “케리 후보가 베트남전에서 세운 무훈으로 5개의 훈장을 받았으나 모두 과장된 거짓말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TV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다.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뉴멕시코주에서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BVT의 케리 후보 비난광고는 이번이 두 번째다.

1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보수 단체가 자신을 위해 ‘더러운 일(dirty work)’을 해 주길 바라고 있다”고 발끈했던 케리 후보는 SBVT가 두 번째 광고까지 준비해 ‘2월 28일의 진실’을 깎아내리려 하자 공화당 선거진영과 이 단체를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소했다.

‘그날 케리의 전쟁’은 이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되고 말았다.

그날 전투에 참가했던 순찰정은 3척. 승무원은 장교 3명과 장병 15명뿐이다. 모두 죽고 2명만 남았다. 한 명은 케리 후보. 나머지 한 명은 케리 후보처럼 순찰정을 지휘했던 윌리엄 루드 시카고 트리뷴 편집자다.

루드 편집자가 21일 35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트리뷴지 기명기사를 통해 “케리 비판자들은 내가 거짓이라고 알고 있는 주장으로 무장하고 사건의 전말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성인이었고, 공산 베트콩들이 주로 입던 옷을 입고 있었다. 일부는 도망치고 있었고, 일부는 나무 뒤에서 사격을 가해 오고 있었다.”

그날은 베트콩과의 교전도 없었으며 순찰정 승무원들이 발견한 베트남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고, 케리 후보가 사살한 사람은 ‘10대 소년’이었을 뿐이라는 ‘진실을 위한 순찰정 참전용사들’의 비난광고는 사실무근이라는 얘기였다.

루드 편집자는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진영은 케리 진영의 연방선거위 제소에 대해 “증거도 없는 사소한 불평으로 기각될 것”이라며 느긋한 표정이다.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부시 진영은 4년 전 선거 때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당시 대선후보 지명전의 최대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부시가 지지자들을 동원해 나의 베트남전 전력을 공격하고 있다. 부끄러운 짓이다”라고 개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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