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4강진출은 이라크 자유의 증거”… 올림픽팀 분노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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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축구대표팀이 22일 호주를 1-0으로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에 진출하자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 전역은 승리의 기쁨에 들떴다.

하지만 이라크 축구대표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신들을 대선 운동에 이용하는 데 단단히 화가 났다.

알 자지라 방송은 최근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를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선거 홍보에 이라크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용한 데 대해 이라크 선수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앞서 이라크가 강호 포르투갈을 4-2로 제압한 13일 오리건주 비버튼에서 유세를 하며 “이라크 축구대표팀이 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만약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이라크에 자유가 왔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 선거캠프는 이라크 축구대표팀을 선거 홍보용 광고에 이용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자유국가가 2개 늘어난 반면 테러국가는 2개 줄었다’는 설명과 함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국기가 등장하는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

이라크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살리 사디르는 “부시가 선거 캠페인에 우리를 이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는 자신을 광고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선거캠프의 스콧 스탠젤 대변인은 “이 광고는 부시 대통령의 낙관적 성격과, 어떻게 민주주의가 테러에 승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2500만 이라크인은 이라크전쟁으로 자유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역시 대표팀 미드필더이며 전쟁통에 사촌이 사망한 아흐메드 마나지드는 “누군가 미국을 침공한다면 미국인들은 이에 맞서 저항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테러리스트인가”라고 반문했다. 마나지드는 “내가 만약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저항군의 일원으로 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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