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산유국’ 러시아, 국내 석유값 치솟아 ‘골치’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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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정말 산유국 맞나요?”

고유가로 세계 2위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는 엄청난 ‘오일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인들의 불만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국제 유가를 따라 국내 유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연료협회(MTA)는 18일 “이번 주 일부 유명 정유사의 고급 휘발유 값이 L당 15루블(약 593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경제일간지 코메르산트는 “이제 러시아의 휘발유 가격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900달러로 미국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 국민은 소득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기름’을 사서 써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올 상반기 휘발유 도매가격이 40% 오르는 등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면 2005년에는 L당 휘발유 값이 1유로(약 1425원)에 이르러 ‘유럽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격을 올리는 국내 석유회사들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분노는 대단하다. 그러나 석유회사들은 ‘정부의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석유수출세 등 과다한 세금이 결국 국내 소비자의 부담으로 옮겨졌다는 주장이다. 국토가 넓다 보니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것도 원인이다. 우랄산맥 주변이나 시베리아의 유전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수천km.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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