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정상회의’ 파키스탄서 열렸다…지난 3월 비밀리 집결

  • 입력 2004년 8월 16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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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개막된 아테네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이 13일 갑자기 북새통을 이뤘다. 돌연 강화된 보안 검색으로 승객들이 짐을 모두 풀어놓고 검색을 받았기 때문이다. 꼼꼼한 검색이 계속되면서 승객들의 출국절차가 지연됐고, 공항 일대는 출퇴근 시간 못지않은 교통체증을 보였다. 이 소동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미 본토 공격정보에서 비롯됐다. 파키스탄에서 올해 3월 미 본토 공격을 위한 ‘테러 정상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이 최근 포착된 때문이다.》

▽테러범 미국 잠입설=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3월 파키스탄의 무법지대인 와지리스탄에서 ‘테러 정상회의’가 열렸다는 정보를 최근 미국 정부에 알렸다. 테러 목표물 선정 능력이 뛰어난 아부 이사 알 힌디, 폭탄제조 능력과 비행기 조종술을 갖춘 아드난 엘 슈크리주마, 현금을 지닌 모하메드 주나이드 바바르 등이 주요 참석자였다는 것.

두 나라에서는 검거선풍이 불었다. 특히 미국은 2000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테러범 회의가 열린 뒤 9·11테러가 일어난 점에 주목했다.

바바르는 미국에서, 힌디는 영국에서 잇따라 붙잡혔고 힌디와 e메일을 주고받던 누르 한도 파키스탄에서 검거됐다. 힌디는 그동안 미국을 드나들며 뉴욕의 금융기관들을 점찍었고 누르 한은 헬리콥터와 리무진을 이용한 폭탄테러를 기획했다.

그러나 폭탄테러를 실행할 인물로 추정된 슈크리주마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 타임 최신호(23일자)는 슈크리주마가 가이아나와 트리니다드토바고,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권을 지녔고 히스패닉 행세를 하며 돌아다닌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는 “플로리다주에서 대학을 다닌 슈크리주마가 현재 미국에 잠입한 것이 확실한 것 같다”면서도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의 복원력=누르 한과 힌디는 알 카에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이다. 누르 한은 하부 조직원에서 지도급 인사로 부상했고 힌디는 알 카에다의 연계조직에서 충원됐다. 테러 정상회의 참가자들은 직간접적으로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공세로 지도부의 70%를 체포, 살해해 알 카에다가 사실상 궤멸됐다고 보고 있었다. 현재는 소규모 테러조직만이 느슨하게 연계됐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알 카에다 1, 2인자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도피 중이지만 영향력은 줄었다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붙잡힌 조직원들을 심문한 결과 알 카에다의 지도부는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6일 “알 카에다는 말단 보병들이 지도부로 올라가고 독자적 테러조직들도 상호 제휴관계를 맺는 등 상당한 복원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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