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탈레반 딜레마’…對美관계 악화 우려

  • 입력 2004년 8월 5일 19시 07분


코멘트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과 미국 사이에서 곤경에 빠졌다. 탈레반과의 오랜 우호관계를 끊기도 싫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탈레반과의 밀월=최근 아프간에서 체포된 한 탈레반 포로는 자신이 파키스탄에서 훈련받았으며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 훈련캠프를 묵인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파키스탄 정치 지도자가 미국과의 성전에 나설 것을 설교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이러한 진술이 나올 때마다 파키스탄 정부는 모르는 사실이라고 부인해 왔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탈레반과 오랜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파키스탄이 알 카에다와의 전쟁에는 협조적이지만 탈레반에 대해서는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국경 부근의 탈레반 기지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미국이 대신 나선다는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파키스탄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알 카에다를 분쇄하기 위한 파키스탄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탈레반 기지를 소탕하는 데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촉구했다.

▽곤경에 빠진 파키스탄=그렇다고 파키스탄이 미국의 요구에 선뜻 응하기도 어렵다.

오랫동안 인도와 군사적으로 대치해 온 파키스탄은 만일의 경우 아프간 국경지역으로 후퇴해 반격한다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다. 이곳에는 아프간의 가장 큰 민족이자 탈레반 주축세력인 파슈툰족이 살고 있다.

이런 까닭에 파키스탄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때 이를 적극 지원했다.

탈레반을 공격할 경우 국회 내 세력이 만만치 않은 이슬람 과격정당들이 들고일어나리라는 점도 파키스탄 정부의 고민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도 탈레반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마냥 묵살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원조가 끊기는 데다, 미국이 인도를 동맹국으로 선택한다면 더욱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