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해외출장을 꺼리는 이유는

  • 입력 2004년 7월 20일 14시 19분


"나는 쇼핑이나 관광도 잘 하지 않고 사냥도 하지 않는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자신이 역대 국무장관들과 비교할 때 해외출장을 잘 다니지 않는다는 워싱턴 포스트의 지적에 대응해 한 말이 워싱턴 정가에 화제다.

파월 장관의 말은 역대 장관들의 해외여행 관행을 은근히 비판하면서 자신의 해외여행 기피를 변호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파월 장관은 포스트의 보도가 있은 다음날인 15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연설하는 기회에 "내가 다른 국무장관들보다 여행을 적게 해 전통을 깨트렸다고 하는데 그 전통은 내가 별로 신경쓰지 않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이 깨진 것은 내가 쇼핑도, 관광도 별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냥도 하지 않고 그밖에도 하지 않는 게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포스트는 19일 파월 장관이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런던에서 옷을 사느라 시간을 많이 보낸 워런 크리스토프 전 장관을 의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관광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문화외교'를 이유로 외국 방문 때 관광을 많이 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몽골에서 산양 사냥을 한 적이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장관이 대상이라는 것.

그밖에도 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은 골프를 즐겼던 조지 슐츠 전 장관을 가리켜 한 말일 수 있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파월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 전직 국무장관의 보좌관은 "그는 '나는 외교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월 장관은 재임 42개월 동안 180일 동안 해외출장을 다녔는데 이는 3명의 전임 장관의 평균보다 45%나 적은 것이다.

포스트는 파월 장관은 외국 정상 및 파트너들과의 전화통화에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전화외교는 미국의 대외 이미지 실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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