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내년까지 4~5%로 인상” “인플레 낮아… 속도완만”

  • 입력 2004년 7월 5일 17시 26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앞으로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가.’

FRB가 4년여 만에 금리인상에 나서자 미국이 언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RB는 한국시간으로 1일 새벽 미 연방기금 금리(한국의 콜금리에 해당)를 1%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FRB가 2000년 5월 16일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4년1개월여 만이다.

FRB는 2000년 정보기술(IT) 투자 붐으로 과열된 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6.5%까지 높였다.

그러나 거품 붕괴와 함께 경제침체 조짐이 나타나자 이듬해 1월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1%까지 낮췄다.

FRB의 이번 금리인상 결정은 미국의 저(低)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지난 3년간 투자와 성장을 자극하기 위해 금리를 낮춰왔던 FRB가 이제는 인플레이션을 의식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 경제는 올 들어 일자리가 120만개 늘어나는 등 11분기 연속 팽창을 거듭해왔다. 핵심 소비자물가는 올 5월말까지 2.9% 올라 지난해의 1.1%보다 배 이상 상승했다. 그동안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가시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관심은 미국 금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인상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최대 변수는 역시 인플레이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가 연말까지 1.75∼2.25%까지 오르고 내년 말까지는 4∼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RB는 올해 8, 9, 11, 12월 등 모두 4차례의 회의를 남겨 두고 있다. FRB가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완만한 속도의 인상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FRB는 이번 금리인상 발표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점진적인(measured)’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FRB가 그동안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나머지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춰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 HSBC은행의 스티븐 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내 상품가격이 떨어진 것은 수요부족보다는 기술발전과 교역조건 개선 등에 따른 것이었다”며 “FRB가 그동안 지나치게 금리를 낮춰왔다”고 지적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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