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로스포츠 ‘올 최고의 선행인물’ 커트 실링

  • 입력 2004년 7월 2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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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 커트 실링(38).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야구장 밖에선 사랑을 던진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팅뉴스’는 2일 실링을 올해 프로스포츠 ‘최고의 선행 인물’로 뽑았다. 루게릭병 연구를 위해 10여년에 걸쳐 450만달러(약 54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었다는 게 선정 이유다.

루게릭병은 근육이 마비돼 죽음에 이르지만 아직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

실링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 된 1992년 루게릭병 환자들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필라델피아 구단은 당시 연고지의 루게릭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돕겠다고 마음먹고 삼진 1개에 100달러, 1승을 올릴 때마다 1000달러씩 모았다. 또 2000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50만달러를 기부했고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로 옮길 때 다시 50만달러를 내놓는 등 팀을 옮길 때마다 거액을 쾌척했다.

2001년 10월 사회봉사 공로로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받은 뒤 아들 게릭과 함께 포즈를 취한 커트 실링. 그는 2일 루게릭병 연구를 위해 10여년에 걸쳐 450만달러의 기금을 조성한 공로로 ‘스포팅 뉴스’가 선정한 프로스포츠 ‘최고의 선행 인물’에 뽑혔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실링의 아내 숀다 실링 역시 피부암으로 투병하면서도 남편의 취지에 적극 동참해 루게릭병 연구기금 모금을 위한 자선행사를 열고 환자들의 행사에 참여하는 등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

실링 부부는 95년 태어난 첫 아들의 이름을 이 병으로 요절한 뉴욕 양키스의 대타자 루 게릭의 성을 따 게릭이라고 지었다. 그에 대한 존경과 환자들의 희망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라는 것. 루게릭병이라는 병명은 이 선수의 이름에서 나왔다.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같은 팀의 랜디 존슨과 함께 공동 최우수선수에 뽑힌 실링. 8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 10년 넘게 마운드를 지켜 온 그는 불혹을 바라보는 올 시즌에도 10승4패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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