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의 바디랭귀지, 무엇을 담고 있나

  • 입력 2004년 7월 2일 16시 00분


코멘트
"펜은 칼을 상징합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법정에서 펜으로 허공을 가른 것은 여전히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싶다는 뜻입니다."

영국 BBC 방송은 1일 이라크 특별재판소에 출두한 후세인의 몸짓을 지켜본 미국 바디 랭귀지 전문가 패티 우드(여)의 분석을 자세히 전했다.

후세인이 도전적인 태도를 내비친 것이나,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은 이날 법정 진술이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사전연습을 거친 '준비된' 대응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우드는 "사람들은 자신을 변호할 때 무의식적으로 대여섯 가지 다른 방법으로 말하곤 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후세인이 이날 법정에서 보인 제스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후세인이 손가락으로 뭔가를 겨냥한 것은 전형적인 '공격 자세'. 우드는 "후세인이 '감히 국가원수에게 도전하느냐'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는 상징적인 총으로 신문자를 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양손의 손끝을 모은 '첨탑 자세'는 권력을 갖고 있거나, 과거에 권력을 가졌던 이들이 자제력을 필요로 할 때 보이는 태도다.

또 강력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응시하는 것은 이른바 '의도적인 청취 자세'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이 '준비된' 대응을 중단하고 좌절한 듯한 모습을 수차례 보인 것은 이제 아무런 권력이 없음을 본인이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게 우드의 설명.

한편 이날 법정에서의 바디 랭귀지는 후세인에게 국한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드는 "신문자가 피고인(후세인)의 근처에서 다리를 꼬고 손으로 자신을 가린 것은 후세인이 죄수인데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