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노동총동맹, 예고없이 엘리제궁-에펠탑 15분간 단전

  • 입력 2004년 6월 17일 19시 01분


프랑스 전력부문 근로자들이 16일 파리 중심가의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과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의 전기를 끊었다.

프랑스 연합노조의 하나인 노동총동맹(CGT)은 이날 “프랑스전기공사(EDF)와 프랑스가스공사(GDF)의 부분 민영화에 항의하기 위해 오후 3시경 파리 시내 7, 8, 16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단전은 사전 통보 없이 15분가량 계속됐다. 이 때문에 8구의 엘리제궁과 샹젤리제 거리, 7구의 에펠탑에 전기가 끊겼다.

관광객이 몰렸던 샹젤리제 거리의 일부 상점은 전기가 나가자 황급히 손님들을 매장 밖으로 나가게 했다. 에펠탑 관리사무소측은 “단전과 함께 자동으로 자가발전기가 작동해 관광객들이 단전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밝혔다.

단전이 실시된 지역은 정부청사와 한국 미국 영국 대사관 등 외교공관,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본부를 비롯한 주요 기관과 국제기구가 밀집한 곳이다.

에너지 부문 근로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위력시위’를 벌여 왔다. 지난주에는 국철(SNCF)에 예고 없이 전기를 끊었다. 이 때문에 파리 일원의 철도 250여편이 연착하거나 운행이 취소돼 승객 50만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하원에서 에너지회사 민영화 법안 심의가 시작된 15일에는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고향과 UMP 실력자인 알랭 쥐페 전 총리의 보르도 자택에 전기를 끊었다.

정부의 EDF, GDF의 부분 민영화 방침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 프랑스는 몇 년째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한계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겼다.

EDF와 GDF는 각각 고용 규모 17만여명과 4만여명에 매출액이 450억유로(약 63조4500억원), 170억유로(약 23조9700억원)에 이르는 공룡기업. 정부는 두 기업의 주식을 상장하고, 주식의 30%가량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EDF, GDF의 부분 민영화는 결국 완전 민영화로 이어져 근로자의 고용안정 저해와 사회보장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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