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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13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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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테러=12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인 2명이 피살되거나 피랍됐다. ‘아라비아 반도의 알 카에다’라는 단체는 12일 밤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인 1명을 살해하고 다른 1명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관타나모와 아부그라이브에서의 이슬람 포로처럼 미국인들을 다룰 것”이라며 납치된 폴 존슨(49)의 사진과 명함, 신분증 등을 공개했다. 사우디에서 미국인이 납치된 것은 처음이다. 이 단체는 지난달 호바르 유혈 인질극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4시경에는 자택 주차장에 주차하던 미국인 1명이 무장괴한 3명의 습격으로 숨졌다. 한편 알자지라 TV는 8일 숨진 미국인의 피살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13일 방영했다. 괴한 2명은 최소 10발의 총격을 가했고 이 중 한 명은 피살자의 머리를 자르는 듯한 몸짓을 했다.
▽속수무책 사우디 당국=영국 BBC방송은 12일 인터넷판에서 “사우디 당국이 급진주의자들에 대해 ‘무능력하고 유동적이며 미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방송은 또 “(용의자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던) 호바르 인질극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며 사우디 당국의 어정쩡한 테러 대처를 지적했다.
BBC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사우디 당국의 이런 ‘부드러운 대응’은 결국 엄청난 손실을 낳을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사우디에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엑소더스’로 석유 시장에 영향=AP통신은 13일 “테러범들은 외국인이 사우디에서 떠나기를 원하면서 ‘정신적인 테러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석유산업에 대한 공격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미국 대사관은 이날 사우디 체류 미국인들에게 사우디를 떠날 것을 거듭 권고했다. AFP 통신도 “일부 서구인은 (사우디 내) 직장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의 한 전직 관리는 “석유 생산에는 미국인들의 기술이 절대적”이라며 “이들이 떠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1700만명의 사우디에는 현재 880만명의 외국인이 주로 석유산업 및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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