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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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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특별대표단이 석유 주권을 주장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으나 1주일이 지나도록 유엔 관리들과의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냉대를 받고 있다.
하미드 알 바야티 과도통치위 외무차관이 인솔하는 대표단은 내달 말 주권 이양 이후 이라크 임시정부가 석유 수출대금을 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엔에 전달하기 위해 19일 미국으로 떠났다. 이라크의 부채와 걸프전 배상금은 폐기되거나 탕감돼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일 계획이었다.
출국 기자회견에서 바야티 차관은 “전쟁 배상금과 외채는 옛 정권의 책임이지 이라크 국민의 책임이 아니다”며 “미국은 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진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이라크 새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엔의 태도는 싸늘하다. 이는 과도통치위측이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결성된 이라크 발전기금(DFI)을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 유엔은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동결된 자산에 대해서도 DFI가 통제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을 명분으로 하는 DFI는 이라크 석유 수출대금으로 조성되며, 이 중 5%를 전쟁 배상금으로 지급한다.
이라크 국민들은 DFI에 대해 미국과 영국이 영향력 행사를 위해 만들어낸 약탈기관이라고 반발하며 석유 판매대금을 이라크에 넘길 것을 요구해 왔다. 일부 강경파들은 “이라크에서 백주에 강도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라크에서 반출되는 석유가 하루 300만배럴에 이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하마드 알 두리 전 유엔주재 이라크 대사는 최근 “미국은 석유생산이 줄어들 수십년 뒤를 대비해 안전한 석유공급원으로 이라크를 장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미국에 의해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아메드 찰라비 이라크 국민회의(INC) 의장 겸 과도통치위 위원도 이라크 임시정부가 DFI의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표단의 뉴욕 방문이 완전 실패로 돌아가면 석유 주권을 둘러싼 이라크 국민의 반발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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