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美軍 4천명 사실상 감축…한국정부, 美계획에 동의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25분


미국은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주한미군 약 4000명을 이라크에 파견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14일 미국 정부로부터 이 같은 계획을 통보받은 뒤 사전 협의 과정에서 “지상군 차출에 따른 한국 국민의 안보 불안을 감안해 달라”며 사실상의 재고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어 “그러면 주한미군 지상군이 빠진 전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확보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으나, 미측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우리 사정의 시급성과 심각성도 헤아려 달라”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또 차출되는 주한미군 병력의 한국 복귀 여부에 대해 이라크 사정의 가변성을 이유로 구체적 확답을 하지 않아 사실상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측은 이번 파견이 일회성이란 언급도 하지 않아 추가적인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차출되는 부대는 주한 미 지상군의 핵심 전력인 2사단 내 1개 보병 여단 3000명과 전투 지원 병력 100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부보좌관은 17일 오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성공적인 이라크 주권 이양 등을 위해 추가 병력 지원이 필요한 미군 병력 형편상, 주한미군 2사단 내 1개 여단 차출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고, 반 장관은 이해와 동의를 표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해들리 부보좌관은 또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도 조속히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반 장관은 “정부의 약속이니 절차를 이행하겠다”고 대답했다고 김숙(金塾) 외교부 북미국장이 전했다.

그러나 해들리 부보좌관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의 카운터파트여서 이날 통화에 대해 ‘격이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는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이번 주 중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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