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포로학대 내 책임이지만 정치공세 수용못해”

  • 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46분


‘사과는 하되 사퇴는 않겠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7일 이라크 재소자 가혹행위 파문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명했지만 자신의 퇴진이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버티기=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국방장관으로서 나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의 거듭된 사퇴 촉구에 대해서는 “국방장관직 유지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면 사퇴하겠지만 정치쟁점화하는 것이라면 (사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가혹행위에 가담한 사람뿐 아니라 군 지휘체계상 책임 있는 지휘관의 책임도 묻겠다고 밝혀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언행 불일치 논란=럼즈펠드 장관이 2001년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처신에 대해 월 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럼즈펠드 계율’이 2년이 흐른 지금 새삼 화제다. USA투데이는 럼즈펠드 장관이 말한 계율과 현재 그의 처지를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너의 가치를 높여준다”=야당과 언론에서 사퇴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치적 의도에 따른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실책을 저질렀으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신속히 바로잡아라”=올해 초 군 당국이 학대사건을 조사했는데도 신속하게 시정 조치를 하지 않아 미국의 도덕적 권위가 추락했다.

△“대통령 측근 자리는 (대통령이 싫어하는) 나쁜 뉴스를 전하는 게 일이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그를 따로 불러, 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워싱턴포스트 1면에 나기를 바라지 않는 일들은 하지 말라”=학대 사건과 럼즈펠드 장관 책임론이 연일 모든 신문의 1면과 사설란을 차지하고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