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核폭로' 제2탄 터질까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57분


“바누누의 입이 열릴 것인가.”

1986년 이스라엘의 핵개발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체포돼 18년간 복역한 원자력 기술자 모데차이 바누누(50·사진)가 21일 출소할 예정이어서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54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독실한 유대교 부모에게서 태어난 그는 63년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건너왔다. 이스라엘군에서 공병으로 복무한 그는 76∼85년 이스라엘 디모나원자력센터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그는 벤구리온대에서 학업을 병행하면서 급진적 사상을 품게 됐다. ‘캠퍼스’라는 과격단체에 참여하고 군복무를 거부하는 대학교수를 추종했다. 은밀하게 핵무기를 만드는 디모나센터 근무에 갈등을 겪으면서도 관련 자료를 몰래 수집했다.

그는 디모나센터를 그만둔 뒤 네팔 태국 호주 등을 여행하면서 기독교로 개종했고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자와 연결돼 그동안 모아둔 자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86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미인계에 넘어가 이탈리아에서 납치됐다.

19일 이스라엘 언론에는 ‘이스라엘 원자로는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파괴돼야 한다’는 그의 심문내용이 보도됐다. 그는 또 “유대 국가는 존재해선 안 된다” “유대교는 후진적 종교다”라고 말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가 핵개발 내용을 추가 폭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86년 그가 폭로한 원자로 사진 등을 통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100∼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게 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의 발언이 보도된 19일은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기념일이라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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