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샤론 가자지구 철수구상 지지…팔, 강력 반발

  • 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역대 미 정부가 지켜 온 중동평화 원칙을 뒤집고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정착촌을 유지해도 좋다며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부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미 많은 이스라엘인이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고 있는 새로운 현실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 국경을 1949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는 중동평화 과정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한다”며 강력히 반발, 중동정세가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샤론의 철수안=샤론 총리의 구상은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 21개를 철거하고 거주자 7000명을 빼내는 대신 △요르단강 서안에 산재한 정착촌을 헤브론 등 6개 핵심 정착구역으로 통합 정리해 현재 거주 중인 9만2000명이 계속 살도록 하며 △팔레스타인 거주자들에게 둘러싸인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소개(疏開)시킨다는 것.

샤론 총리는 이 계획이 분쟁을 종식시킬 정치협상의 부재 속에서 나온 순수한 안보적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면적 360km²에 불과한 가자지구 반환이 평화협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군대를 모두 철수하는 것도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샤론 총리의 구상에 대해 “역사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이런 강력한 뒷받침은 샤론 내각의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은 5월 2일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4개 정착촌 철수안 투표’를 실시, 샤론 구상의 실행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의 반발 및 전망=샤론 총리의 구상대로라면 팔레스타인 난민은 이스라엘이 건국했던 1948년 이전의 옛 영토는 물론이고 1949년 휴전선이 설정됐던 지역마저 빼앗기는 처지가 된다. 과거 중동평화안과 비교해 오히려 퇴보한 셈이어서 팔레스타인의 반발은 격렬하다.

특히 팔레스타인의 불만은 부시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아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영토 내 이스라엘 정착촌에 정통성을 부여한 사상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며 “중동평화 로드맵을 위반한 이 구상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CNN, BBC 등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전통적 중동정책 원칙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이스라엘 정착촌은 중동평화의 걸림돌’이라는 입장을 지켜왔다.

부시의 이번 발언은 가뜩이나 이라크 문제로 암울한 중동 정세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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