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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9일 0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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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라크 무장 세력에 억류됐다 풀려난 목사 7명의 가족과 친지들은 이날 밤 늦게 이들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었다.
선교단을 이끌고 간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 사무총장 허민영 목사(55)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신성교회에서 눈물 속에 기도를 올리던 허 목사의 부인 변순남씨와 20여명의 교인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서로 손을 잡고 기뻐했다.
변씨는 허 목사 일행보다 하루 앞서 바그다드로 들어간 김종성 목사(51·서울 상계동 본향교회)로부터 이날 오후 5시경 전화로 남편의 억류 소식을 전해 듣고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 변씨는 TV보도를 통해 남편의 석방 소식을 듣고 “하나님의 보살핌인 것 같다”며 안도하면서도 불안감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하는 표정이었다.
광주 북구 두암동 생명빛교회 조종헌 목사(56) 가족들도 TV를 통해 석방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목사의 아내 김복례씨(48)는 “남편이 무사히 귀국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탈출에 성공해 인터뷰하는 장면이 TV로 보도된 인천 성문교회 김상미 목사(49)의 가족은 다른 일행도 석방됐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 이재현씨(54)는 “아내가 험한 일을 당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며 “하루 빨리 아내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언니인 김유미씨(51)는 “동생이 만약 죽거나 돌아오지 못할 경우 신도들에게 공개해 달라며 편지를 남기고 갔었는데 잘못하면 큰일 날 뻔했다”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종성 목사와 친하게 지냈다는 정민철 명성기도원 목사는 “김 목사가 선교활동을 위해 이라크에 세 번째 간 것”이라며 “전쟁의 포화가 한참 쏟아지던 때에도 이라크에서 선교활동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의 딸 은혜씨(25)는 “아버지께서 선교를 위해 수시로 외국을 돌아다니셔서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아버지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아버지께서 아직 할 일이 많아 하나님께서 돌려 보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본향교회에서 김 목사 일행의 관련보도를 TV를 통해 초조하게 지켜보던 신도들은 “피랍소식이 보도된 후부터 김 선교사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며 걱정하다 석방소식에 들뜬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들은 요르단에 머물고 있는 김명길 선교사가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김종성 목사와 김상미 목사가 탈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이미 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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