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폭탄 소년

  • 입력 2004년 3월 26일 18시 41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가 한창이던 2000년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돌을 던지는 소년들에게 총기를 발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느냐고 묻자 이스라엘 공보처 장관은 “돌은 살상무기이고 배후에는 테러단체가 있다”고 대답했다. 출국할 때 공항에선 여성 경찰의 짐 검색이 무척 까다로웠다.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 초청으로 왔다”고 말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테러리스트가 가방 주인도 모르게 폭탄을 숨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는 세계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몰아가기 위한 홍보전이 치열하다. 해외 언론인 초청도 홍보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미국의 메이저 언론을 유대계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홍보전에서도 이스라엘이 유리하다. 휠체어에 기댄 하마스 창설자 아메드 야신을 미사일로 공습해 살해한 데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은 나블루스 검문소에서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16세 소년을 붙잡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재빨리 언론인들을 현장에 불러 이 소년의 모습을 세계에 공개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녀가 폭탄자살을 감행하면 ‘영웅’ 또는 ‘순교자’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폭탄소년의 어머니는 달랐다. “어린이를 자살폭탄으로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스무살이 됐다면 이해하겠습니다. 그때는 조국을 위해서 싸울 수도 있습니다.” 야신을 살해한 이스라엘의 처사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가 이끄는 하마스는 많은 폭탄자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가리기가 혼란스럽다.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이슬람의 국경선은 피에 젖어 있다’고 기술해 이슬람세계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는 민족분쟁 및 군사 통계를 인용하며 ‘이슬람 사람들은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높다’고 이슬람의 폭력성과 호전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결과만으로 말하는 것은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 폭탄자살을 감행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폭탄소년의 어머니는 “우리는 커다란 감옥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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