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미국/‘섹스&시티’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 입력 2004년 3월 4일 16시 57분


22일 종영된 HBO 인기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캐리 브래드쇼, 사만다 홉스, 샬럿 요크, 미란다 존스. 캐리는 '자라'의 카고 팬츠위에 '레베카 테일러' 실크 드레스를 겹쳐 입고 크리스티앙 루부탱 슈즈를 신었다. 미란다는 '제노비아'의 스트라이프 수트로 샤프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샬럿은 '샤넬' 투피스에 '루이뷔통' 백을 매치했다. 사만다는 '아르마니' 홀터에 '미쏘니' 스커트와 '구치' 재킷을 입었다. 사진제공 온미디어

22일 종영된 HBO 인기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캐리 브래드쇼, 사만다 홉스, 샬럿 요크, 미란다 존스. 캐리는 '자라'의 카고 팬츠위에 '레베카 테일러' 실크 드레스를 겹쳐 입고 크리스티앙 루부탱 슈즈를 신었다. 미란다는 '제노비아'의 스트라이프 수트로 샤프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샬럿은 '샤넬' 투피스에 '루이뷔통' 백을 매치했다. 사만다는 '아르마니' 홀터에 '미쏘니' 스커트와 '구치' 재킷을 입었다. 사진제공 온미디어

《일요일인 지난달 22일 오후 9시. 서울시 인구보다 많은 1060만명의 미국 시청자들이 집에서, 바에서, 식당에서 TV 앞에 모였다. 이날은 뉴욕 전문직 독신 여성 4명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HBO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종영일.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종영 기념 파티까지 벌어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애인 알렉산더(미하일 바리슈니코프)를 따라 파리로 떠났던 섹스 칼럼니스트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가 옛 애인 빅(크리스 노스)의 사랑을 확인하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장면. 캐리를 찾아 파리로 날아온 빅이 캐리에게 “당신은 내 사랑(You're my one)”이라고 고백하면서 오랫동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 온 두 사람이 마침내 맺어진다.》

캐리의 친구들도 저마다의 사랑을 찾는다. 변호사 미란다(신시아 닉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기로 하고, 홍보이사 사만다(킴 커트럴)는 애인과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다. 큐레이터 샬럿(크리스틴 데이비스)은 중국에서 아기를 입양하기로 한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날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캐리 역을 맡은 파커도 “매우 행복하다”고 밝혔다.

HBO 홈페이지 게시판과 언론사가 마련한 온라인 채팅 등에서는 “캐리가 애인과 헤어진 절망적인 상황에서 빅을 받아들인 것이 진심인가”, “시종 독신 찬가를 부르던 주인공들이 결국 어떤 형태든 ‘관계’를 맺는 것으로 마무리 된것은 실망스럽다” 등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마지막 시즌은 한국에서 5월 케이블채널 캐치온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섹스 앤드 더 시티는 1998년 6월 첫 방영 이후 6년 동안 매주 75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며 ‘시트콤의 전설’이 됐다. 미 언론들은 “섹스 앤드 더 시티 이후 많은 시청자들은 HBO 시청을 중단할 것”, “이후 어떤 드라마가 패션 트렌드를 이끌 것인가”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2000년 이후 여우주연상과 최우수 TV 시리즈상 등 5년 연속 골든글로브상 주요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2001년에는 케이블방송 제작프로그램으로는 처음 에미상 베스트코미디부문을 수상했다.

2000년 8월 28일자 미국 시사주간 타임 커버인물로 등장한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들.

주인공들은 성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유행 지난 가방이나 신발보다 더 쉽게, 그것도 ‘쿨(cool)’하게 남자를 차버리고, 결혼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2000년 8월 ‘누가 남편이 필요하단 거야?’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타임지 커버인물로 등장한 이들은 한때 퇴물로 취급받던 독신여성을 새 주류 문화코드로 각인시키며 현대 여성의 새 혈통을 정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전이 ‘30세가 넘은 독신 여성’을 ‘노처녀’로 정의하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 미국 성인 가운데 결혼한 사람은 59%에 불과하다.

또 주인공들의 패션과 드라마에 나오는 식당과 카페, 바 등은 전세계 패션리더들의 ‘교과서’가 됐다. 할리우드 스타일리스트인 제시카 패스터는 “섹스 앤드 더 시티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패션 트렌드세터”라고 평가했다.

캐리의 네임플레이트 목걸이와 펜디 바게트 백, 마놀로 블라닉 구두 등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전설은 영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시리즈의 수석 제작자인 마이클 패트릭 킹과 주연배우들이 이미 영화화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최근 HBO 대변인이 밝혔다.

팬들은 TV 드라마 역사상 가장 ‘시크’한 뉴요커들의 재림을 기대해 봄직하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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