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아 일본의 중견 배우들이 한반도의 분단의 아픔을 소재로 통일을 염원하는 연극을 서울 무대에 올린다. 또 ‘조선통신사’를 배경으로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는 일본 극단의 뮤지컬도 5월 중 국내에 소개된다. 일본의 연극그룹 ‘3·1회’는 20∼23일 극단 예맥의 초청을 받아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그날, 그날에’(연출 이토 가쓰아키)를 공연한다. 이반 숭실대 교수의 희곡을 무대화한 연극으로 강원 속초 아바이 마을의 실향민 가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분단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3·1회’는 한일문화교류의 경험이 있는 일본의 중견 연극인 30여명이 1994년 “한일병합이 남북분단의 한 원인이므로 역사적인 책임 의식을 느낀다”며 결성한 단체. 이들은 “인종과 종교 이념을 떠나 세계사에서 보기 힘든 평화주의 운동이었던 3·1정신을 연극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며 해마다 3·1절을 전후해 기획공연을 펼쳐 왔다. 2000년과 2001년 3월 1일에는 일본군의 제암리 학살사건을 사죄하는 연극 ‘총검과 처용무’를 도쿄와 서울에서 공연한 바 있다. 02-318-3346
일본 극단 와라비좌는 동아일보사 후원으로 5월 8, 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조선통신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제비’를 공연한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가야 했던 수만명의 조선인들의 아픔을 다룬 이 작품은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2002년 8월 초연된 뒤 일본 전역에서 350여회나 공연됐다. 특히 와라비좌 극단 단원들은 한국 공연을 위해 한국어 대사는 물론 한국의 전통 무용과 음악, 사물놀이 등을 배우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5월 11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14일 부산 시민회관에서도 공연. 이 교수는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과거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일삼는 상황에서 일본의 양심적인 연극인들이 과거 역사를 사죄하는 의미가 담긴 작품을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일본 극단 ‘3·1회’의 연극 ‘그날, 그날에’(왼쪽)와 극단 와라비좌의 뮤지컬 ‘제비’. -사진제공 극단와라비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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