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당하는 ‘이라크의 미래’

  • 입력 2004년 2월 9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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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출근길에 총격 피살당한 압둘 마야 박사의 죽음 앞에서 가족들은 이렇게 절규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무스탄시리아 대학의 마야 박사가 '학교를 그만두라'는 협박편지를 받고 이를 무시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미군정의 초대 재건인도지원처장이었던 제이 가너의 초대도 마다하고 이라크 인권과 민정수립을 위해 뛰고 있었다.

그러나 모술 대학의 한 교수는 지난해 12월 총알과 함께 "교수직을 그만두라"는 협박편지를 받고 사직한 후 무사할 수 있었다.

이같이 이라크의 전문 지식인들만을 겨냥한 암살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바그다드에서만 수 백 명의 지식인들이 암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는 의사, 법률가, 과학자, 행정가, 학자 등 각계각층의 지식인들을 망라한다.

이라크 경찰 당국은 "그들은 우리의 두뇌를 목표로 아주 거대한 작전을 펴고 있고 최근에는 정치 사회적 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모술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검사와 변호사가 동일한 자동차에 탄 범인들로부터 총격을 받고 차례로 사망했다.

현지 미군 관계자들도 이 같은 암살이 과거 바트당 간부들에 대한 복수나, 점령군에 협조하는 이라크인들을 처단하는 것과는 성질을 달리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의 전문가 집단을 침묵시켜 현재의 혼란 뿐 아니라 이라크 안정을 목표로 추진되는 국가체제 설립 자체를 위협하려 한다는 것.

이는 이라크의 미래를 위한 모든 기초작업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이라크인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미군 당국자는 조직적으로 지식인만을 골라가며 암살하는 데에는 해외 테러조직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의 혼란이 계속되길 바라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관리들은 과거 바트당 관련자나, 과거 정권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가 쫓겨난 군인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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