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체니 “이라크재건 국제적협력 필요”

  • 입력 2004년 1월 25일 18시 52분


21∼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인사들이 외교정책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유화적인 발언을 쏟아냈다고 AFP통신이 25일 전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평화적 이미지를 높이고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포럼에서는 미국의 이라크전쟁계획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유화적 발언이 ‘구체성이 결여된 말잔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체니 부통령은 24일 연설에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반전국인 프랑스와 독일에 대해 이라크 재건 동참을 촉구했다.

또 그는 “만약 미국이 제국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큰 영토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제국론’을 일축했다.

다보스포럼 참석은 체니 부통령 취임 뒤 두 번째 해외 방문. 미 행정부의 대표적 강경파인 그는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팽배한데도 참석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존 애슈크로프트 미 법무부 장관도 “미국은 침략자가 아니다”면서 “전 세계의 부패 척결을 위해 대테러전의 기치를 높이 들겠다”고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를 강력히 비판해 온 금융가 조지 소로스는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실수를 깨닫고 이제야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의 말과 행동은 크게 다르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우리가 목격한 미국의 변화가 전술적 책략이 아닌 진정한 전략적 변화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미국이 안보에 집중하면서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켰으며 집단안보체제 대신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의 ‘단골 불청객’인 반(反)세계화 시위대 2000여명은 24일 다보스 인근 도시 쿠어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페인트와 돌을 던지기도 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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